한국철도공사 일반열차 개편
진주∼서울 무궁화호 중단
2029년까지 ITX-새마을 대체
"푯값 싸 부담없었는데 아쉬워"

금요일이었던 지난 20일 오후 마산역. 4번 승강장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오후 7시 1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이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인근으로 통학하거나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승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지난 40여 년간 서민과 배낭여행객의 동반자였던 무궁화호 열차가 최근 일부 지역에서 노선이 폐지되거나 단축되는 등 퇴역을 준비하고 있다.

진주역에서 서울역을 오가는 열차도 단축돼, 동대구역까지만 운행된다. 진주~서울 무궁화호는 서울과 동대구 구간은 경부선, 진주에서 동대구까지는 경전선과 경부선을 거치며 운행됐다. 개편으로 줄어든 구간은 동대구에서 서울 간 경부선 노선이다. 진주에서 서울로 가는 직통 열차는 ITX-새마을과 KTX만 남았다. 직통 열차로 서울을 오가기엔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무궁화호를 포함한 일반열차의 개편을 지난 1일 단행했다. 장거리 운행은 KTX로, 일반열차는 단거리 환승 위주로 재편하려는 조치였다. 코레일은 개편이 전국 철도 노선의 운행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행된 개편은 일부 지역에서 무궁화호의 운행을 중지하고, 구간 조정과 운행시간 조정도 무궁화호 운행을 단축하는 방향이라 논란이 일었다. 지난 17일 MBC는 개편이 시골 교통 사각지대를 만드는 등 철도 공공성을 해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는 코레일의 경영 실패와 정치인들의 공약에서 비롯된 KTX 신설 등을 개편의 이유로 꼽았다. 개편으로 서울 용산역발 전남 여수행과 강원 동해역과 강릉역을 오가는 무궁화호가 사라졌다.

▲ 지난 20일 마산역에서 승객들이 오후 7시 1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에 오르고 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인근 지역으로 통학하거나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승객들이 무궁화호를 주로 이용한다.  /강찬구 기자
▲ 지난 20일 마산역에서 승객들이 오후 7시 1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에 오르고 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인근 지역으로 통학하거나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승객들이 무궁화호를 주로 이용한다. /강찬구 기자

다만 진주를 제외한 경남발 무궁화호 개편과 경남 내에서 오가는 편성의 개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도 현재 예정된 경남지역 무궁화호 개편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것으로, 코레일은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무궁화호를 축소 개편해 ITX-새마을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경남 내 주요 역의 무궁화호 편성은, 창원·창원중앙·마산·진영역에서 하루 상·하행 각 11편씩을 운영 중이고, 진주역은 상·하행 각 6편, 밀양역은 평균 각 25편씩을 운영하고 있다.

경남 도민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마산역에서 무궁화호를 기다리던 문모(72) 씨는 "나이 들어 일을 안하니 매일같이 무궁화호로 이곳 저곳을 여행다닌다"며 "푯값이 싸 부담없이 다니는데, 없어진다면 다니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함안에서 창원까지 출퇴근하는 김모(57) 씨는 "코로나19로 시외버스가 줄어들어서 무궁화를 탄다"며 "버스보다 시간도 절반이고 출퇴근시간에 맞아 타는데, 줄어들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있는 진주에서 창원을 오가는 김모(22) 씨도 "KTX를 타야 한다면 금전적인 부담이 커진다"라며 "무궁화가 사라진다면 간이역 등에서 통행하는 사람들은 어떡하느냐"며 철도의 공적 기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무궁화호를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맞지만, 무궁화호가 빠지게 될 자리에 EMU(Electronic Multiple Unit, 동력분산식전동차) 형식의 객차를 무궁화호와 비슷한 차급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새로 들어설 차급의 운임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EMU는 전기전동차와 전력을 분산해 구동하는 객차를 일체형으로 편성하는 방식으로, 현재 ITX-새마을과 ITX-청춘, 누리로, 그리고 새로 도입된 KTX-이음에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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