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목표와 방향 등을 담는 기본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되자 야당과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안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치를 소극적으로 제시한 데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녹색성장' 개념과 산업 육성 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18~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야당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법안소위원회와 안건조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을 의결했다. 환노위 여당 의원들은 18일 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치를 기존 30% 이상에서 '35% 이상'(2018년 배출량 7억 2760만 t의 3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간 정부와 여당은 산업계 부담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30% 이상 감축'으로 범위만 담고, 경제성장 정책 범위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자는 입장이었다. 이 법안은 8개 유사·관련 법안을 함께 심사해 도출한 것으로,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들은 잇따라 여당을 비난했다. 김웅(국민의힘·서울 송파갑)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EU는 1990년 대비 최소한 55% 이상, 미국은 2005년 대비 50% 이상, 영국도 1990년 대비 68% 이상, 독일은 1990년 기준 65% 이상, 캐나다도 2005년 대비 40~45% 이상, 일본도 2013년 대비 46% 이상 감축을 발표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겨우 35% 감축하겠다고 한다"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권고인 2010년 대비 50% 이상 감축 권고는 안드로메다로 간 것이고, 법안이 알려지면 아마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미(정의당·비례대표)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산업계 눈치를 보느라 감축 목표를 낮춰 잡았고 국민의힘 눈치를 보느라 '녹색성장'도 집어넣었다"며 "2018년 대비 50%를 감축해도 IPCC 권고안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300여 개 단체와 개인이 참여하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정부와 민주당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2050년 순배출량 제로(0)를 명시한 법안에서 2030년 배출량은 5억 t에 육박하는 황당한 목표가 병기된 것"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꿈의 녹색기술이 나오고 녹색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법안에 35% 이상을 명시하고 구체적인 수치는 대통령에 일임하는데, 세계적인 망신을 안 당하려면 연말 유엔(UN)에 NDC를 제출하기 전까지 40~45%로 올려야 할 것"이라며 "법안 내용을 100% 만족할 수 없지만,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 지정, 기후대응기금 설치 등은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안호영 의원은 "이 법안을 의결해야 하는 시급성과 절박함이 있었다"며 "탄소중립위원회 활동의 실질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예산을 반영할 수 있다. 큰 틀에서 (법안 의결을)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고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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