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불안 속 살림도 팍팍해져
내 마음도 날개 젖은 나비처럼

긴 기다림이다. 연령대에 맞춰 드디어 백신 1차 접종을 예약했다. 그러나 예약하기 무섭게 3·4주 간격이던 2차 접종 일자가 5·6주로 조정되었다는 문자를 받는다. 계획이 어긋나면 불안이 찾아온다. '백신이 갑자기 변경된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와 함께 모더나 백신 공급 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화이자 백신으로 변경됐다. 도돌이표로 돌아오는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각종 수치로 표현되는 경제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 괴로움과 어려움의 곡소리 끝은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있다.

라면값이 오른다. 원자잿값은 이미 고점이다. 주유소 휘발윳값은 오르지만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구의 인건비가 오른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처럼 각종 뉴스에선 바닷길이 포화하고 하늘길도 운송을 대신하고 있다. 무역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순위는 우리가 '방콕'을 하며 사회적 멈춤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빨간 그래프로 높아진다. 세계 10위다. 그러나 세계 경제 순위는 높지만, 현실에서 체감하는 경제는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것일까. 부동산을 필두로 높아진 실물경제와 주식과 코인에 담긴 금융경제의 파이는 누가 가진 것일까.

10만 원이 100만 원이 되고 100만 원이 1000만 원 이상이 되는 주식 매수와 코인 바다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상생활이 가능하긴 한 걸까. 내 집 마련이 꿈속에서도 불가능해진 현실은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절망을 어깨에 매달리게 한다. 서울 20평대 아파트도 평균가 8억이 넘고 있다. 1년 사이 1억이 오른 아파트 가격은 정상일까. 월급보다 가파른 집값. 발길 끊긴 자영업자 가게. 더는 입 아픈 소리 안 할 수 없는 그날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마주 보게 할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스팸으로 등록해도 끊임없이 날아오는 각종 정보방과 이성은 매도를 외치지만 감성은 저점 매도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

만남의 자유를 잃어버린 거리 두기 4단계가 지속하고 있다. 국민 70%가 2차 접종까지 마치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이라는 희망도 이스라엘을 통해 백신만으로는 역부족을 느낀다. 6개월 만에 델타 변이 확진자가 나온 뉴질랜드는 3일간 긴급 봉쇄령을 내렸다.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적 희생으로 만든 K방역은 끝 모르게 '멈춤'을 외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쉽게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방법! 잠시 멈춤', '당신이 멈추면 코로나도 멈춥니다' 경남도 '잠시 멈춤' 운동 등 지역감염의 고리를 끊고자 힘쓰고 있다. 의료진을 걱정한다. 주변 공동체를 걱정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은 모두가 하는 걱정일 것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지만 8월 15일 광복절에만 20만여 명이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방문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은 긴 터널 속 바다를 보고 뻥 뚫리는 마음을 위해 방문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해와 반감이 뒤섞인다. SNS상 보이는 국내 여행 사진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마음먹지만 기본적으로 방역 수칙을 잘 지켰을 사람들과 일부 지키지 않은 사람들 사이로 바이러스가 스며든다. 지역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쉽지 않은 개인 방역의 긴장이다. 우리 삶의 질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득은 줄었지만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은 늘어났다. 가정의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소비액이 늘어난다. 팍팍한 가계 살림은 생활비 마련도 힘들다. 먹고살기가 어려워지면 마음이 흔들린다. 바다 앞에 날개 젖은 나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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