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주민 500여 명 서명 전달
어촌뉴딜 도전 등 공동체 회복
"마을 숙원 해결에 함께 노력"

조선기자재 공장 건설 갈등 속에서 찬반으로 나뉘어 15년째 서로 외면하고 살아왔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수정마을 주민들이 '공동체 회복'을 향해 또 한걸음 나아갔다.

지난해 말 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첫발을 내딛고 올해 3월 한자리에 모여 단합 의지를 다진 주민들은 '국가로봇테스트필드 혁신사업 유치'에 나서며 다시 한번 손을 맞잡았다. 수정마을 주민들은 '국가로봇테스트필드 혁신 사업을 희망한다'는 서명을 지난달 27일 창원시에 전달했다. 서명에 500여 명이 참여했다.

로봇테스트필드 혁신사업은 2023∼2029년 국비 2300억 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3000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국내 최초 서비스 로봇 실환경 실증기반과 인증기관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물류·자율주행·방역·주차·의료 등 서비스 로봇 실증을 위한 인프라와 메타데이터 센터, 공통기술 개발을 포함한다. 이 사업에는 창원을 포함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충남 모두 6곳이 신청했다. 지난 5일 수정마을 수정산단 터 현장 실사가 있었다. 최종 선정 결과는 13일 나올 예정이다.

마을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로봇테스트필드 유치를 희망하며 수정마을 주민들은 화합을 쌓았다.

배종한 수정마을 이장은 "형님, 동생 하며 지냈던 마을 주민이 둘로 나뉜 세월이 15년이다"며 "2년여 전 이장을 다시 맡고 나서 '동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품고 갈등을 풀자며 주민에게 호소했다. 그 결과 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이번 서명 전달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발전 방안을 찾는 데 주민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전체가 모이는 자리는 어렵지만 마을개발위원회, 청년회, 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 주민들이 지난달 27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혁신사업 유치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창원시에 전달하고 있다.  /창원시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 주민들이 지난달 27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혁신사업 유치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창원시에 전달하고 있다. /창원시

이수강 수정마을 청년회장도 "마을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며 "마을 숙원사업을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다. 로봇테스트필드 유치뿐 아니라 청년회관 개·보수, 주민복지회관 건립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정마을은 로봇테스트필드 유치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 화합·발전 방안도 꾸준히 모색해왔다. 정부 공모사업 중 수정마을에 접목할 사업은 없는지 창원시 등과 살피며 준비하고 있다.

어촌뉴딜 300 공모사업도 그중 하나다. 해양수산부가 낙후한 어항시설 등 어촌 필수기반시설을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특화개발을 진행해 어촌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두고 수정마을은 내년 선정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다.

박영태 수정마을 어촌계장은 "10여 년 전 수정마을은 구산면 내 다른 지역보다 활기찼다. 주민 갈등이 지속하면서 이제는 가장 낙후된 곳이 됐다"며 "매립지 7만여 평을 갈등의 산물로 남겨둘 게 아니라 마을 발전 매개체로 삼아야 한다는 주민 뜻이 모였다. 수정항 개발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촌뉴딜 300 공모사업에 선정돼 수정항을 개발하면 수정마을 대표 특산물인 홍합을 앞세워 관광 활성화도 꾀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로봇테스트필드 유치 활동으로 강화한 마을 공동체를 지켜가며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덧붙였다.

수정마을 갈등은 2006년 STX중공업이 매립지에 조선기자재 공장 건립을 시도하면서 빚어졌다. STX중공업은 2011년 5월 사업을 포기했다. 매립한 터는 21만 44㎡(6만 3538평) 규모다. 이 터는 한때 제2 자유무역지역 활용 계획이 있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고 10년 가까이 방치돼 있다.

이 터를 활용한 국가로봇테스트필드 혁신사업 유치를 두고 로봇 전문가들은 바다, 산 등과 인접한 위치여서 해양, 항공, 물류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 서비스로봇 산업 발전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남마산로봇랜드가 8㎞(10분), 제조로봇기술센터가 14㎞(20분) 이내에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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