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8세 이전 이차 성징 증상
2015∼2019년 약 40% 증가
식습관·환경적 요인이 커
체질·몸 상태 따라 치료를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ㄱ(7) 양은 여름 방학을 맞아 최근 부모와 함께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한 한의원을 찾았다. 또래보다 키가 작은 ㄱ 양이 가슴에 멍울이 잡히고, 여드름같이 이마에 좁쌀 같은 것이 올라오기 시작해서다.

인스턴트와 야식을 좋아하는 ㄴ(8) 군은 중등도 비만 진단을 받았다. ㄴ 군은 체질적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땀이 많은 편인데 땀 냄새가 심하고, 고환 염증이 생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두 아이처럼 성조숙증이 의심돼 병원이나 한의원에 문의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국내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은 아이가 2015년 8만 3998명(남 7040명, 여 7만 6958명)에서 2019년 11만 8371명(남 1만 3460명, 여 10만 4911명)으로 5년간 40% 가까이 늘었다.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8배가량 많다. 저출생 시대를 고려하면 성조숙증 진료 비율이 훨씬 더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식습관·환경적 요인 커 = 성조숙증이란 사춘기 현상이 또래 아이들보다 2년 이상 빠른 경우를 말한다. 평균적으로 여자아이는 만 8세 이전에 유방이, 남자아이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발달하는 등 이차 성징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성조숙증이라고 진단한다.

부모 중 한쪽이나 양쪽 모두 빠른 이차 성징이 나타났으면 유전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요즘은 식습관이나 환경적 요인이 크다. 인스턴트 식품·육가공품 등의 잦은 섭취로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이 체내에서 성호르몬 역할을 하면서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체내 호르몬 분비량에 변화가 생겨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소아비만은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성조숙증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자아이는 특별한 질병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80%이고, 남자아이는 50% 정도다. 환경호르몬 중에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것이 많고, 소아비만일 때 지방세포에서 여성호르몬을 분비한다는 점에서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성조숙증에 취약한 원인으로 꼽힌다.

전완민 송림한의원 원장은 "최근 성조숙증 관련 문의가 이전보다는 늘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만 8~9세 이전에 이차 성징 증상이 나타나다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이 많이 문의하고, 실제로 치료 받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 전완민 송림한의원 원장. /송림한의원
▲ 전완민 송림한의원 원장. /송림한의원

◇지속적인 생활습관 개선 중요 = 전 원장은 한방과 양방치료 방향이 조금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한의학적 치료는 성조숙증 원인을 파악하고 각 아이의 체질과 몸 상태를 살펴 그에 맞게 치료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성조숙증은 비만이거나 과체중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비만은 영양을 잘 흡수하는 반면 노폐물이나 독소가 체내에 축적되기 쉬운 상태다. 이런 경우 치료를 통해 몸 안의 담음과 어혈·독소를 제거해주고 순환을 시켜줌으로써 체질을 개선시켜 준다.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는 긴장을 이완시키고 기혈을 소통시켜 몸이 편안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마른 아이에게서도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럴 때는 기혈 순환을 살펴 균형 있게 소통시켜주고 진액을 보충해준다.

전 원장은 "당장 이차 성징을 막기 위한 치료에 중점을 둬 근본을 잊기보다는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는 원인을 살피고, 이를 완화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치료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주로 부모들이 성조숙증을 우려하는 데는 키가 크지 않는 등 아이 성장이 저하될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타난다"면서 "이 때문에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병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아이에 대한 치료이기 때문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ㄱ 양은 초콜릿·사탕·음료수를 많이 먹는 습관을 바꾸고 운동과 치료를 병행해 가슴 멍울이 개선되고 이마도 깨끗해졌다. ㄴ 군도 야식을 줄이고, 체중 감소와 성장을 촉진하는 한방치료로 땀 냄새와 고환 염증이 없어지면서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전 원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바깥 활동이나 운동 부족이 심해지면서 아이들 체중 변화에 부모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크푸드와 육류 위주 배달음식이 늘어난 데다 운동·수면 부족이 소아비만 원인이 되고, 성조숙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도움말 전완민 송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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