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획자는 불씨 심어줄 뿐 주민 '문화 작당'점점 늘어야

김은숙(50·김해시 안동) 씨는 올해 김해시 삼방 권역 책임연구원이 됐다. 지난해 도시문화실험실에 참여한 시민연구원에서 한 단계 올라선 시민활동가(시민기획자)다. 삼방 권역 책임연구원은 김 씨 혼자다.

그는 "삼방동, 불암동, 안동지구를 아울러 삼방 권역으로 묶었는데, 문화 생활 향유가 안 되는, 김해가 아닌 것 같은 김해지역"이라고 진단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삼방동에서 23년째 살아왔다. 한국오카리나문화예술협회 김해지부장이면서 김해문화네트워크 이사인 김 씨는 전국을 무대로 강사 교육 활동을 하면서 '우리 동네에는 왜 이런 프로그램이 없을까' 질문을 하게 됐다.

-처음에 어떻게 시민활동가가 됐나.

"2016년 김해문화재단이 시민기획자를 양성하는 '만만한 기획학교'를 운영했다. 불암동의 '장어마을 이야기'가 선정돼 불암동 이야기를 아카이빙해 책자로 만들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역전문인력 양성과정 사업에도 참여했다. 선암마을 장터와 문화 장터를 접목해 평생 오일장과 함께 살아온 마을 주민들이 문화를 즐기도록 했다."

-불암동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했을 텐데 어떤 활동을 했나.

"공모사업을 전혀 모를 때 시민기획자 활동을 시작했지만 주민들이 행복한 일들이 뭘까 골몰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기획했다. 2019년엔 문화우물사업 '선암마을 문화장터 '달장''을 만들어 주민들과 장터에 공예 등 문화를 심는 일을 했다. 지금은 불암동 도시재생사업과 연결 중이다."

-사업들이 성과로 드러나고 지역에 스며들었을 때 주민들 반응은.

"마을주민이 거의 상인들이다. 주민들이 불암동 장어축제를 만들고, 오카리나 연주를 배워 스스로 공연도 했다. 시민기획자가 빠져도 주민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즐길 수 있도록 불씨 또는 희망을 심어준 데 보람을 느낀다. 이제는 주민 전체와 통장 등 문화 열정이 넘치는 마을이 됐다."

-지난해 도시문화실험실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삼방 권역은 노인 인구가 많다. 변화를 원하지만 지켜야 할 것도 있다. 옛 모습이나 역사, 추억이 사라지면 안 된다. 이것을 지켜가려면 어찌 해야할지 고민해서 방법을 찾고 그 방법을 실행하는 일을 했다. 삼시기(삼방동 시민기획단)들이 20년 이상 삼방동을 지켜온 오래된 가게 주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쓰리방동 점빵 오래된 이바구'로 담아냈다. 삼방동의 맛과 이야기를 나누는 '삼방먹방', 김해에서도 유난히 어두운 동네를 하루만이라도 환하게 만들어보자는 '삼(#)방동 밤 축제', 아직도 굴뚝이 남아 있는 추억을 찾는 '삼방동 목욕탕집 사람들' 4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삼방동이 처한 문제를 풀어내려고 했다."

-시민기획자에서 시민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성장하면서 책임감도 더 커질 것 같다.

"시민기획자나 책임연구원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김해문화재단이 문화도시를 준비하며 키웠던 시민활동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활동하던 중에 예비문화도시,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면서 시너지를 냈다. 문화도시 사업 수행이 문제가 아니라 삶이 행복하기 위한 주민들의 작당이 점점 확대돼야 한다. 그 작당에 책임연구원들이 함께하며 불씨를 심어줄 것이다. 도시에 보도블록이 교체되고, 없던 공간이 생기는 게 문화도시가 아니다. 내 삶, 주민 삶이 변화하고 내 인생과 우리 마을이 우리만의 색깔로 행복을 찾게 되면 좋다. 이런 행복감이 '문화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행정이나 문화자치 주체인 시민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행정은 시민이 상상력을 동원해 실행하는 일들을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시각으로 간섭 없이 봐주길 바란다. 이전엔 지켜보던 주민들이 시민연구원과 소통해 그들 목소리가 반영되면 모든 참여가 가능해진다는 걸 경험했다. 문화자치를 위해서는 주민과 소통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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