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청사진 제시
내년 용역 추진 계획 세워
정권 말 실효성에 의문도

경남도가 이르면 내년부터 장애인 탈시설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추진한다. 최근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장애인 탈시설 기본 방향·전략과 20년간 추진 일정을 제시했는데, 이번 용역이 경남의 탈시설 정책이 구체화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9일 경남도 장애인복지과는 내년 예산으로 장애인 탈시설에 관한 연구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도는 이 같은 내용을 장애인단체와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했다. 다만 용역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예산은 어느 정도로 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올해 조례에 따라 5년마다 세우는 '경남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기본계획'에 관한 용역이 6000만 원으로 진행 중인데, 장애인 탈시설 용역은 이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2∼2024년 시범사업을 통한 법령 개정과 인프라 구축, 20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 추진 등 일정표도 나왔다. 특히 정부는 2025년부터 매년 장애인 740여 명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면, 2041년께 사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탈시설 장애인과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잠재 수요자를 고려한 예측이다.

스웨덴과 캐나다 등은 이미 30∼40여 년에 걸쳐 대규모 수용시설 폐쇄, 장애인 대상 서비스 확대, 법·제도 정비 등 탈시설 정책을 추진 중이다. 장애인에 대한 시설 보호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분리한 채 획일화한 집단생활을 강요하는 것으로, 그동안 일부 거주시설 등에서 인권침해 사례도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 시설장애인 대상 자립지원 조사는 연 1회로 의무화한다. 내년부터는 자립지원사 배치·주거환경 개선·건강검진비 지원 등 자립지원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공공임대주택 공급 △임대계약 등 주택관리·금전관리 등 주거유지 서비스 개발 △거주시설 신규 설치 금지 △현 거주시설 '주거서비스 제공기관' 변경 등도 추진된다.

경남에서는 지난해 5월 '경상남도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이에 따라 도지사는 3년마다 자립생활 실태를 조사해 지원계획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도지사는 활동 급여, 취업 교육, 상담, 탈시설 자립생활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도는 올해 거주시설을 퇴소한 장애인 8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1000만 원 자립 정착금을 지원했다. 자립을 준비하며 단기간 생활하는 '자립홈'은 도와 시군이 운영 중인데, 창원·김해·통영·거제·양산·밀양에 모두 23곳이 있다. 전체 정원 58명으로 현재 32명이 거주 중이다.

하지만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은 정부와 경남도 정책이 더 빠르게 실행돼야 하고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정우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 대표는 "현 거주시설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탈시설에 소극적이라는 뜻"이라며 "장애가 심하지 않거나 탈시설 의욕이 있는 사람들부터 선택권을 주겠다는 식으로 진행하면 주먹구구식 제도밖에 안 된다. 지자체의 자립지원 정착금과 주거 지원 등도 현실에 맞게끔 예산을 짜고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차원 한울타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정부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는데, 내년 대선에서 현 정부와 다르게 판단하는 쪽이 정권을 잡으면 정책을 실현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현장에서는 임기 말에 이번 발표가 이뤄져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혜영(더불어민주당)·장혜영(정의당) 국회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로드맵 미비점을 보완하려면 국회가 시급히 장애인 탈시설 추진의 법적 근거인 '장애인탈시설지원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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