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시 최대 1억 지원
전문가·시민들 "단기 효과뿐"
"출산 않는 사회구조 극복해야"
시, 보완책 검토 9월께 윤곽

"금융기관과 협약해 창원시민이 결혼할 때 필요한 목돈을 저리로 빌려주고, 자녀 출산 때 단계적으로 이자와 원금 상환을 지원해 결혼과 양육부담을 덜어주고자 한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허성무 창원시장이 결혼·출산 장려대책으로 '결혼드림론'을 소개하자 이목이 쏠렸다. 내년 1월 도입을 목표로 한 결혼드림론은 결혼할 때 1억 원을 대출해 첫째 자녀를 낳으면 이자 면제, 둘째 자녀 출생 때 대출원금의 30%, 셋째 자녀 출생 때 전액 상환 지원이 주요 내용이었다.

시민 반응은 나뉘었다. 청년에게 새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지만 지원 대상이 결혼·출산에 한정돼 있다는 점, 사회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점 등을 두고는 비판도 있다.

창원시는 지난 6월 결혼드림론 찬반 온라인 설문조사에 이어 지난달 26일 '창원시 인구정책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설문조사 결과와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짚어보고, 창원시 보완 방향을 살펴본다.

◇시민 요구는 다양 = 토론회에서 창원시 결혼드림론 도입을 두고 '신중론'이 쏟아졌다. 결혼을 중심에 둔 지원은 인구정책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는다 등 전통적인 가치는 사라지고 다양한 삶·가족 형태로 사회가 바뀌고 있다"며 "결혼을 중심에 둔 결혼드림론은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출산에 집중해 지원책을 추진하면 단기적인 인구 증가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창원 주변 시군 인구를 흡수한 풍선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결혼이 아닌 아동 중심의 주거비용 지원정책, 가족(아동) 친화 지역사회 환경조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저출산 극복'이라는 용어도 사라져야 한다며, 아이를 낳지 않게 하는 사회적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완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이 잘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봤다. 심 교수는 "보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회성 지원이 아닌 수당을 지속적으로 준다거나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예산을 쓴다면 그 정책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26일 창원시청에서 '창원시 인구정책 시민토론회-결혼드림론, 시민과 함께 해법찾기'가 열리고 있다.  /창원시
▲ 지난달 26일 창원시청에서 '창원시 인구정책 시민토론회-결혼드림론, 시민과 함께 해법찾기'가 열리고 있다. /창원시

청년들과 보육가구는 그들 시각에서 결혼드림론을 짚었다.

김지현 창원청년비전센터 팀장은 "청년 유출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교육인데, 결혼드림론은 이러한 청년의 고민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거주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일자리·주거·교육 등을 꼽으며 "월세 지원 확대 등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살 아이를 키우며 양성평등 강사로 일하는 이소미 씨는 '자녀 출산과 양육이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씨는 "결혼드림론은 이혼, 사망, 아동학대, 난임 부부, 지원금 받은 후 유출 등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며 "젊은 여성이 왜 창원을 떠나는지 조사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창원시 인구문제 해결책은 '결혼·출산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며 일자리 문제와 성평등한 사회분위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창원시 보완책 마련 중 = 창원시는 설문 결과와 토론회 내용을 종합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창원시는 △저출산 대응을 위한 정책 목표를 분명히 설정 △핵심 정책수단 설계 △여러 욕구를 고려한 묶음 정책 보완·구체화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김종필 창원시 기획관은 조사결과에 대해 "성·연령·가족형태별 등 시민의 생애주기별 욕구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저출산 해법도 복합적이며 유기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 지원이 저출산 대응의 충분요건은 아니지만 청년의 결혼·출산 결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택 지원·현금 지원 정책 필요성을 강조한 미·비혼, 예비 신혼부부 등 청년층 응답은 가족을 이루고자 하는 의향은 있으나 자기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는 '지원금 최대 1억'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세부 내용은 대폭 바꾸는 방향을 살피고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시민뿐 아니라 미혼·비혼, 기존 양육가정, 한부모가정 등 모든 시민이 두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새롭게 짜고 있다. 아동학대, 지원금 수령 후 유출 등 예방책도 녹여내고 있다.

결혼드림론이라는 이름도 바뀔 전망이다. 타당성 연구 결과에서 제시했던 '가족드림론' 혹은 '가족희망패키지'가 방향이다.

창원시는 "결혼이 아닌 가족에 중심을 두고 지원책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9월 보완책 윤곽이 나오면 재차 토론·설문 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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