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8888항쟁' 33주년 맞아
도내 교민·연대단체 공동행동
군부 규탄 영상물·1인 시위도

미얀마 '8888항쟁' 33주년을 맞아 경남 미얀마 교민들과 연대단체들이 전국·국제 공동 행동에 나섰다. 거리 두기 단계에 따른 1인 시위, 냄비 두드리기 인증 영상 촬영, 8888보 연대 걸음을 진행하는 한편, 국민통합정부(NUG) 인정을 촉구하는 국제 연대성명에도 동참했다.

▲ 미얀마 교민들이 8일 오후 경남이주민센터 쉼터에서 타악기를 두드리며 군부 독재를 규탄하는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경남이주민센터
▲ 미얀마 교민들이 8일 오후 경남이주민센터 쉼터에서 타악기를 두드리며 군부 독재를 규탄하는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경남이주민센터

1988년 8월 8일은 미얀마 시민들에게 의미 깊은 날이다. 이날 네윈 군부 26년 독재에 맞선 대규모 시민 항쟁이 시작됐다. 평범한 주부로 살던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이 미얀마 민주화운동사에 첫발을 디딘 무대이기도 했다. 항쟁은 수천 명의 희생자를 낳았지만, 결국 민주화라는 결실을 보지 못했다. 또 다른 군부 세력이 새로 치른 선거 결과에 불복해 독재를 이어나간 까닭이다.

8일 국내 미얀마 협력단체들은 '8888항쟁'을 맞아 전국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경남 미얀마 교민들도 이날 오후 1시 창원역 광장에서 항쟁 계승과 봄 혁명 계승을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창원시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매주 열렸던 연대집회가 취소되어서다. 조모아(49) 한국과미얀마연대 대표, 네옴(30) 경남미얀마교민회장 등 16명이 번갈아 손팻말을 들었다.

조모아 대표는 8888항쟁 당시 중학생으로 항쟁에 참여했다가 탄압을 피해 1994년 한국에 망명한 민주화운동가다. 그는 "항쟁은 당시 네윈 정권을 사퇴시키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혼란을 틈타 다시 쿠데타를 일으킨 소마웅 군부가 총칼로 시위대를 찍어눌렀다"라며 "신군부는 총선거 결과에 따르겠다고 국민에게 밝혔지만, 결국 불복하고 2015년까지 독재를 이어왔다"라고 말했다.

▲ 조모아 한국과미얀마연대 대표가 8일 오후 창원역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강찬구 기자
▲ 조모아 한국과미얀마연대 대표가 8일 오후 창원역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강찬구 기자

이어 "8일 현지 시민들은 여덟 손가락을 들고 8888항쟁을 잊지 말자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라며 "다시는 군부 거짓말에 속지 말고 저항을 이어가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7일 기준 군부 탄압으로 960명의 시민이 죽고, 7070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1인 시위가 끝나고서, 경남이주민센터 쉼터로 돌아가 타악기를 치며 군부를 규탄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네옴 회장은 "쇠붙이를 두드려 악귀나 불행을 쫓는 미얀마 전통 의식에서 비롯됐다"라며 "미얀마 시민들에게 군부는 악귀와 같기에, 현지에선 냄비를 두드리는 식으로 저항의식을 표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88년 당시 마무리 짓지 못했던 민주화를 지금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동행동에 참여한 전국 시민단체들도 같은 내용의 영상을 찍어 일제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도내 미얀마교민·연대단체들은 지난 7일 미얀마 NUG 인정을 촉구하는 국제 시민단체 공동성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미얀마 사태 해결은 군부 쿠데타를 부정하고 진정한 연방민주주의를 바라는 모든 국민에게 달렸고, 이를 위해서 NUG가 국민의 뜻을 대표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국제사회가 NUG를 인정하고 전적인 지원을 약속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남궁희수 경남이주민센터 기획실장은 "오후 8시에는 8888보를 걸으면서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전국 동시 비대면 행사도 진행했다"며 "센터는 앞으로도 교민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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