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경남 대표작
삶 소중함·인간 본성 잘 표현

치매 판정을 받았다. 노인은 마음 놓고 슬퍼할 겨를조차 없다. 기억이 없어지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남은 재산은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에게 얼마를 줘야 할지…. 기억이 사라지기 전 그는 자녀들에게 재산을 나눠준다. 주고 남은 재산은 금괴를 사는 데 쓴다. 노인은 중풍에 걸린 친구에게 "황금 금괴 꽤 큰 걸로 100개를 사놨으니 우리 애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나눠줘라"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잘못되면 금괴를 찾아야 한다고도 덧붙인다. 금이 있는 장소는 알려주지 않고 부탁만 한다. 그의 친구는 자신에게도 금을 주겠다는 말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어지는 장면, 친구는 중풍이 완치되고 노인은 기억이 사라진다. 노인에게 금이 어디에 있는지 캐묻는다. 기분이 좋아지면 떠오를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는 라면을 끓여주고 콜라텍에도 데려간다. 하지만 좀처럼 원하는 답을 듣기가 쉽지 않다. 벽에 '똥칠'을 할 만큼 정신이 온전치 않아서다. 끝내 노인은 금이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생각 날 때마다 적어놓으라고 했잖아"라며 친구가 언성을 높인다.

▲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한 <운수대통> 공연 장면. /대한민국연극제 영상 갈무리
▲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한 <운수대통> 공연 장면. /대한민국연극제 영상 갈무리

올해 3월 제39회 경상남도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이훈호)·우수연기상(정으뜸)을 받은 사천지역 극단 장자번덕의 <운수대통>(김광탁 작)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금괴를 숨겨놓고 치매에 걸린 노인과 금괴를 숨겨놓은 사실만 아는 중풍 걸린 노인, 여기에 온갖 지병에 시달리는 노인까지 모두 3명이다. 이들이 금괴를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단은 "노인을 통해 인생사 서러운 단면을 비약적으로 펼쳐놓은 작품이자, 삶의 소중함과 인간 본성을 꿰뚫는 호소력 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말대로 노인들이 겪는 고충이 연극에서 직관적으로 표현된 것처럼 보였다. 중병을 얻었거나 앓았던 이들, 정상적 생활이 쉽지 않은 노인들의 모습 속에서 어쩐지 슬픈 감정이 밀려왔다.

<운수대통>은 지난달 17일 개막해 8일 폐막하는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에 경남 대표로 참가했다. 공연은 지난달 22일 끝났지만, 작품은 대한민국연극제 누리집(ktf365.org/online-play05)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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