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선별진료소 앞 아수라장
땡볕 아래 4∼5시간 대기 예사
시민 쓰러져 병원 이송 잇따라

5일 창원 시내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 대부분은 아수라장이었다. 35도 무더위 속에 4~5시간을 기다리는 일은 다반사였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시민들은 사태를 키운 남창원농협 마트와 창원시의 안이한 대응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용지문화공원으로 가는 도로 끝 차로에는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했다. 창원시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곳에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하겠다고 알림에 따라 인파가 몰린 것이다. 7월 26일~8월 4일 남창원농협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를 방문한 이용자들이 검사 대상이었다.

"줄 끝이 도대체 어디예요?" 뒤늦게 공원에 도착한 시민은 길을 헤맸다. 4만여㎡에 달하는 공원 외곽을 두 바퀴 휘감을 정도로 긴 행렬이라 시작과 끝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안내요원은 "선별진료소 운영은 오전 10시부터였지만, 7시를 조금 넘긴 시간부터 줄이 길었다"라며 "지금 기다리기 시작한 분들은 언제 검사를 받을 수 있을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선별진료소는 공원 야외무대 뒤편에 마련됐다. 의료진은 점심도 거른 채 검사에 임했지만 대기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오전 8시께 도착한 시민도 2시간 30분 가까이 기다린 뒤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른 아침부터 용지문화공원에 인파가 몰리자 창원시는 오전 9시 51분께 재차 안전 문자를 보냈다. 각 보건소와 창원스포츠파크 만남의 광장, 마산역 앞에서도 검사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30분 뒤에는 오후 2시부터 가음정공원에도 임시선별진료소를 추가 운영한다고 알렸다. 이날 오전 용지문화공원을 찾은 허성무 창원시장은 "전날 재난안전대책본부·보건소 협의를 거쳐 안전문자를 발송했지만, 검사 수요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다"라며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검체 채취 인력을 늘리고, 생수를 제공하는 등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을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 5일 창원시 성산구 용지문화공원.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5일 용지문화공원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br>
▲ 5일 용지문화공원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5일 창원시 성산구 용지문화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5일 창원시 성산구 용지문화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시민들은 창원시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강모(52·성산구 성주동) 씨는 "2일 유통센터에 갔더니, 확진자가 나온 점포만 문 닫고 다른 곳은 정상 영업 중이었다"라며 "확진자가 나온 날, 시가 선제 대응했다면 장보러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센터 일주일 유동인구가 최소 3만~4만 명은 될 텐데, 이틀 동안 다 검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정모(62·성산구 남양동) 씨는 "이미 사람들 다 나와서 몇 시간째 줄을 서고 있는데, 인제 와서 어떻게 다른 곳에 가겠나"라고 토로했다.

다른 선별진료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김모(56·성산구 대방동) 씨는 오전 10시부터 창원스포츠파크 만남의 광장에서 대기했지만 6시간이 지나도 검사를 받지 못했다. 그는 "밥도 못 먹고 대기하는 시민들에게 중간중간 상황 설명이라도 해 주는 것이 행정의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울화통이 치민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산역으로 갔던 후배도 결국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라고 덧붙였다.

마산역 앞 선별진료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여성 2명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가음정공원 선별진료소는 예정보단 빨리 낮 12시 30분께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번호표를 미리 받고서, 각자 그늘에 모여 휴식을 취했다. 안병오 창원시 기획예산실장은 "공원 구조를 파악해보니 이 방법이 효율적일 거라 판단했다"라며 "1시간 동안 300여 명 검사를 진행했고, 점점 속도를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돗자리에 앉은 채 검사를 기다리던 신모(44·성산구 성주동) 씨는 "다른 곳보다는 대기하는 불편이 작지만, 첫 안전 문자에는 정확히 어떤 가음정공원인지 알려주지 않아 길을 잘못 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각 보건소와 창원시청 코로나 상황실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류규현 창원시 정보통신담당관실 계장은 "보건소와 창원시청 회선이 연결돼 있어, 시민 문의가 폭주하자 양쪽에 모두 이상이 생겼다"라며 "통신장애는 오전 9시쯤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오전 중에 모두 복구 완료했다"라고 밝혔다.

남창원농협 마트.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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