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꽃·마름 등 자연 녹여내
속세 등 돌린 노옹에 자신 빗대

김연동 시인은 마산문인협회와 경남문인협회 고문, 한국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과 노산시조문학상 운영위원장을 맡아 지역 이야기를 시조로 많이 풀어내왔다. 표제작인 '노옹의 나라'는 창녕군 우포늪을 소재로 했다.

"시간이 주름 잡힌 무언의 늪에 섰다/ 마름, 가시연꽃 속내인 양 띄워놓고/ 물안개 피워 올리는 그윽한 아침의 나라//(…)풀어야 할 매듭들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속세에 등을 돌린 노옹의 손끝으로/ 행간도 쉼표도 없는 서사시를 쓰고 있다"(3연 중 1연과 3연)

시를 읊다 보면 우포늪 전경이 떠오르고 마름과 가시연꽃이 피어오른 늪 가장자리 장면도 스쳐 지나간다. 물안개가 가득한 아침 풍경도 그려진다. 시인은 자신을 속세에 등 돌린 노옹에 비유해 이 무언의 자연을 행간도 쉼표도 없는 서사시로 쓰고 있다고 말한다.

▲ <노옹의 나라> 김연동 지음

시인은 또 하동의 동편제 명창 유성준과 이선유에 관해 "달빛 젖은 신화 같은 두 명창 푸른 소리/ 만 갈래 물결 위에 은어처럼 튀어 올라/ 천추를 돌고 또 돌아 눈물 짚어주리라"('소리꾼' 3연)라고 노래했다. 두 명창의 소리를 '달빛에 젖은 신화'와 '물결 위에서 튀어 오르는 은어'에 비유한 것은 탁월한 시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두 명창의 판소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표현이 아닐까 싶다.

바람이 시린 날, 시인은 섬진강 가에 섰나 보다. "가만히 불러만 봐도 심장이 저려온다 세속 차가운 길 맨발로 걸을 때는 내 가슴 늑골 사이로 은어 떼가 일었다"('바람이 시린 날은' 1연)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은 조금씩 달라도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에 더 관심과 애착이 가나 보다. 책만드는집. 128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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