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창원에서 5년 동안 어르신을 돌보며 행복하고 보람찬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시작은 녹내장 말기로 시력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서서히 시신경이 죽어가는 어머니 곁에서 조금이라도 보실 수 있을 때 딸의 얼굴을 자주 보여드리는 것이 효도라 생각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어머니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전문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면서 제게는 돌봐드려야 할 또 다른 어머니, 아버지가 생겼습니다. 팔이 없는 어르신께는 팔이 되어 드리고, 허리가 굽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께는 지팡이가 되어 드렸습니다. 외로운 어르신께는 따뜻한 미소와 마주 잡은 손으로 온정을 전해 드리고, 치매로 조금은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께는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교감하며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덧 5년이란 세월 동안 수많은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의 노력과 마음이 어르신에게도 전해진 것일까요? 언제부터인가 어르신도 조금씩 열린 마음으로 품 안의 자식 대하듯 마음으로 다가와 주시고, 따뜻한 눈빛으로 믿음과 의지 됨을 표현해 주십니다. 덕분에 출근 시간이 제게 커다란 기쁨이며, 제일 먼저 출근해 센터 문을 활짝 열고 어르신을 기다립니다. 제 마음이 얼굴에도 묻어 나오는지 마주치는 어르신마다 '아이고 이쁜 선생님', '이리 밝고 고운 사람은 세상에 없을 끼다' 라는 기분 좋은 말씀도 건네주십니다.

어르신을 돌보며 보람과 긍지로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지만 돌봄종사자에 대한 낮은 처우와 인식은 이 일을 오래도록 이어가기에는 장애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주변 돌봄 노동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안정한 고용과 일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 돌봄종사자를 전문영역 종사자가 아닌 시간제 아르바이트, 허드렛일 하는 사람, 개인에 고용된 파출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반대로 돌봄 중요성은 알고 있어도 돌봄노동자가 처한 현실에 관심 가져 주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나마 창원에 돌봄노동자 지원센터가 생겨 돌봄종사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처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곳이 있어 많은 위안이 됩니다.

저는 어르신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함께하고 싶은 희망, 조금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지금의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언젠가 그 희망들이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센터 문 활짝 열고 어르신을 맞이하는 저는 행복한 요양보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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