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 출발해 해안도로 달려 
신선대 올라서니 탁 트인 절경 한눈에 
바다 위 징검다리 같은 작은 섬 
아름다운 전망 곁에 두는 거제 사람 부러워 

거제시는 기묘한 매력이 있는 도시다. 도로 주변에 들어차 있는 수국,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굴곡진 바위 절경 등 멋진 풍경이 시선을 잡아끈다. 잘은 몰라도 이들 지역은 겨울보다 여름에 더 아름다울 것 같다. 많은 비가 내려도, 찜통 같은 더위가 몰아쳐도 바다를 낀 거제의 숲은 변함없이 푸르름을 뽐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서로에게 이상향과도 같은 곳, 볼거리를 눈에 담는 재미가 쏠쏠해서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 거제가 바로 그런 지역이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날 거제조선해양문화관에서 출발해 공곶이~구조라해수욕장을 거쳐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신선대전망대~신선대~바람의 언덕~여차몽돌해수욕장~여차홍포전망대 순으로 이동했다. 미리 밝혀두자면 자전거는 오후부터 탔다. 오전에는 차량으로 이동해 거제조선해양문화관~공곶이~구조라해수욕장을 둘러봤다. 자전거를 문화관에서부터 타기 시작했다면 자전거 주행거리는 기존보다 20㎞ 많은 거리를 달렸을지 모른다. 합치면 60㎞ 정도다. 최고기온 31도를 넘은 날이어서 쉬엄쉬엄 일정을 진행했다. 자전거 평균 시속은 11.1㎞ 남짓. 피부가 하얘질 만큼 얼굴과 목, 팔, 다리에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40㎞ 여정을 다녀왔다.

◇조선해양문화관과 공곶이·구조라해수욕장

거제 여정의 첫 번째 장소는 조선해양문화관이었다. 오전 9시께 여기에 차를 대고 일대를 살펴봤다. 문화관은 남해안의 어촌생활사를 기록해놓은 어촌민속전시관과 선박의 역사와 기술을 알 수 있는 조선해양전시관 등 2개 관으로 구성된 박물관이다. 배처럼 설계해 놓은 건물 외관이 눈에 띈다. 따가운 햇볕을 맞으며 문화관 주변을 서성이다가 다시 차에 올라탔다. 거제시 예구마을 끝머리에 있는 공곶이로 갈 참이었다. 거제시가 지정한 '추천명소 8경' 중 한 곳이기도 한 공곶이에는 수선화와 동백나무 등 50여 종의 나무와 꽃이 심겨 있다. 자전거로 와현모래숲해변을 지나 공곶이로 이동하면 가는 데 30~40분이 걸린다. 입구까지 올라가는 길이 평탄하지 않다. 안팎으로 급경사가 이어진다. 입구를 지나 나무 사이를 20~30분 정도 걸어야 약 4만 5000평 규모의 계단식 다랑이 농원인 공곶이가 나온다. 여기에 갈 생각이라면 짧은 등산을 한다는 마음으로 가야 한다.

구조라해수욕장과 공곶이 간 거리는 1.7㎞다. 차를 타고 이동해서 해수욕장 주변을 둘러봤더니 오전부터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이 여럿 보였다. 파라솔 밑에 자리를 편 이들도 있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튜브를 끼고 바다에 나가 둥둥 떠 있는 아이들, 가족과 함께 놀러 나온 아이와 부모 얼굴에 웃음꽃이 번졌다.

▲ 공곶이 해변가에 누군가 쌓아 놓은 작은 돌탑.  /최석환 기자
▲ 공곶이 해변가에 누군가 쌓아 놓은 작은 돌탑. /최석환 기자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에서 자전거 출발

일행은 물회로 점심을 해결한 뒤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으로 이동해 차에 싣고 온 자전거를 내렸다.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은 회색빛 돌덩이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몽돌이 해안가 3만㎡에 깔려 있다고 한다. 해수욕장 이름에 붙은 학동은 학이 날아오르는 지형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곳은 해안가의 잔돌 위를 넘나드는 파도 소리가 아름답다고 평가받아 2001년 환경부 선정 '우리나라 자연의 소리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수욕장에서 학동리 동백나무숲 방면으로 페달을 밟다 보면 언덕길이 하나 나온다. 이 길을 따라가야 3㎞에 걸쳐 조성돼있는 천연기념물 제233호 동백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숲이 있는 학동리 노자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팔색조 번식지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제204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 2급으로 분류된 팔색조는 동백나무 숲속 바위틈이나 바위 위에 나뭇가지로 둥지를 만들어 생활한다. 주변 도로에 '야생동물주의'라는 안내판이 드문드문 세워져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동백나무숲을 지나는 거제대로를 타고 신선대 전망대로 갔다. 출발지에서 6.6㎞가량 떨어진 곳에 전망대가 자리한다. 도장포 마을 입구에서 언덕을 따라 쭉 올라가면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신선대는 해금강테마박물관 밑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만나게 된다. 이곳에 가게 되면 누군가 예쁘게 깎아놓기라도 한 듯한 인상을 주는 근사한 바위를 볼 수 있다. 신선대 향하는 길에는 돌틈이와 함목해수욕장이 보이고, 작은 섬과 탁 트인 푸른 바다도 같이 눈에 담긴다. 빼어난 주변 경치를 보는 재미가 새롭다.

▲ 해금강로 옆 언덕에서 바라본 신선대와 바다.   /서동진 기자
▲ 해금강로 옆 언덕에서 바라본 신선대와 바다. /서동진 기자

◇바람의 언덕과 여차홍포전망대

도장포 마을에 들어가기 전 주변 편의점 쪽 길목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는 바람의 언덕에 시선을 빼앗겼다. 빨간 풍차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멀리서 보는 것도 좋았지만, 가까이에서 본 경치는 더 훌륭했다. 많은 이가 들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 사진으로 남겼다. 그때 그 느낌이 사진 속에 다 담기진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한쪽에 세워둔 자전거로 걸음을 옮겼다. 나무덱으로 올라오기 직전에 만나게 되는 도로는 경사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런 생각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페달을 밟아나갔다. 장소는 여차몽돌해수욕장이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날에만 해수욕장 4~5곳을 만났는데 이곳은 구석진 곳에 있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바위 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바위 위에서 낚시도 하고 가족처럼 보이는 이들이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있기도 했다. 여러 해수욕장 중 이곳에서만 만나게 된 풍경이었다.

애당초 최종 목적지로 정한 곳은 아니었지만, 페달을 밟다 보니 여차홍포 전망대가 이날 종착지가 됐다. 여차마을 거제남서로길을 따라 전망대 방면으로 올라갔다. 지도 앱으로 위치를 검색해보니 다포리 산이라고 나왔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가 교차하는 길이다. 이곳을 오르다 보니 금세 전망대와 가까워졌다. 오를 때마다 나무덱으로 된 전망대가 있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덱에 발을 들였다. 여차몽돌해수욕장 쪽 해안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선 10여 척이 바닷물을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여기저기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어선이 마치 전투하러 가는 듯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한결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페달을 다시 밟았다. 이곳에서 조금 위에 있는 곳에서 다른 전망대를 또 만났다. 대병대도, 소병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가왕도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망원경도 있어서 작은 섬들을 눈에 넣기 좋았다.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이해하고 이내 전망대를 떠났다. '거제 사람들은 이런 아름다운 전망을 가까이 두고 볼 수 있어서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출발지였던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으로 돌아갔다. 다시 해수욕장으로 가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정도. 둘 사이 거리는 13㎞였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제 바다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면서 여정을 끝맺었다.

▲ 여차홍포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대병대도, 소병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이 보인다.  /최석환 기자
▲ 여차홍포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대병대도, 소병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이 보인다. /최석환 기자

■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볼거리 = 지세포해안로에 있는 거제조선해양문화관(gmdc.co.kr/_marine)은 어촌생활사를 보여주는 어촌민속전시관과 선박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조선해양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거제 일운면 예구마을 포구에서 다소 가파른 산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강명식·지상악 부부가 평생 땀 흘리며 일군 자연 경관지인 '공곶이'가 나온다. 봄에는 수선화, 겨울에는 동백꽃으로 물드는 곳이다. 인근 돌고래전망대, 서이말등대, 와현봉수대 등을 함께 둘러봐도 된다. 이 일대 천주교순례길을 모두 걸으면 3~4시간이 걸린다.

쓰시마섬 쪽에서 오는 왜적을 막으려고 1490년에 쌓은 '구조라진성'(둘레 860m)을 거닐어도 좋다.

여차몽돌해변 인근에 있는 고도 140m가량 해안길을 오르면 대·소병대도를 비롯해 아기자기한 섬이 만든 절경에 감탄한다. 이곳 여차홍포전망대와 1.2㎞ 떨어진 전망대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상괭이와 회색머리아비를 발견할 수도 있다.

◇먹거리 = 지세포해안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물회를 즐겼다. 우선 활어회, 전복, 문어, 멍게, 소라, 날치알 등을 양념장에 비벼 깻잎이나 상추에 싸먹는다. 그러다가 시원한 얼음 육수를 부으면 익숙한 물회 모습이다. 거제에서는 계절마다 즐길 수 있는 해산물로 정월 도미, 2~3월 가자미(도다리), 4월 삼치, 5월 농어, 6월 숭어, 7월 장어, 8월 꽃게, 9월 전어, 10월 갈치, 11~12월 대구와 물메기 등을 꼽는다.

◇놀거리 = 거제 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저마다 다른 빛깔을 내는 해변과 해수욕장을 만난다. 고운 모래가 펼쳐진 '구조라해수욕장'은 잔잔한 호수와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거무스름한 조약돌이 가득한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은 확실히 차별되는 매력을 뽐낸다. '바람의 언덕'에서 아늑하고 시원한 바람을 쐬고, 맞은편에 있는 '신선대'에서는 기암괴석 위에 서서 풍류를 즐기는 신선이 되어보자.

바다의 금강산 '해금강'은 긴 세월 파도와 바람에 씻겨 모습을 드러낸 사자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신랑바위, 신부바위, 해골바위, 돛대바위 등에 둘러싸여 있다. 해돋이와 해넘이도 아름답다.

해금강유람선을 타면 길게는 2시간 50분가량 해금강과 외도를 오가며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외도 상륙관광과 해금강·우제봉 선상관광은 어른 1명 기준 1만 3000원까지 할인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hggtour.net)에서 볼 수 있으며, 문의는 055-633-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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