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동명중 세팍타크로
'학업 병행'스포츠클럽
각종 전국대회 우승 돌풍
내달 회장기 대회도 기대

밀양 동명중학교 세팍타크로가 전국 무대를 휩쓸면서 '공부하는 학생선수'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창단한 지 채 1년이 안 된 클럽에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27일 오전 10시 동명중 체육관을 찾으니 학생들이 이제 막 훈련을 시작했다. 여름방학 기간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2시간 담금질하는데 이날 처음 훈련하는 날이었다. 학생들은 공을 차 네트 반대편 상대 진영으로 넘기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몇몇은 10시가 넘어 합류했지만 질책하는 이는 없었다.

동명중 세팍타크로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교스포츠클럽'이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정창민 체육교사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다는 점을 내세워 김형숙 교장을 설득해 클럽을 창단했다. 고교 시절 세팍타크로 선수로 활동한 정 교사는 경남항공고 등학교에서 세팍타크로부 코치로 활동한 데 이어 동명중에서는 클럽을 이끄는 임무를 맡았다.

동명중은 도내 중학교 중 유일하게 세팍타크로를 가르치는 학교이다. 전국 남자중등부 팀 6곳 중 가장 최근에 팀이 만들어졌지만 지난해 11월 열린 제21회 전국남녀종별세팍타크로대회에서 레구이벤트(3인제) 우승, 더블이벤트(2인제) 준우승을 일궈내며 창단 3개월 만에 돌풍을 일으켰다.

여자중등부 팀도 12월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올해는 남녀 팀 모두 전국 무대를 휩쓸고 있다. 동명중은 14일부터 18일까지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1 시도대항세팍타크로대회에서 남자팀이 레구이벤트 우승, 여자팀이 레구이벤트·더블이벤트 2관왕을 차지했다.

▲ 밀양동명중학교 세팍타크로 선수들이 27일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학교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밀양동명중학교 세팍타크로 선수들이 27일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학교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들여다보면 우승 비결이 있다. 현재 동명중은 남자팀 15명, 여자팀 8명으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두껍다. 대회에는 6명이 출전할 수 있는데, 재능 있는 선수들이 출전하다 보니 훈련량은 적더라도 성과를 내고 있다. 스스로 좋아서 운동하는 까닭에 훈련 출석률이 높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세팍타크로를 즐긴다. 기말고사가 끝난 학생들이 다른 곳으로 놀러 가지 않고 체육관을 찾을 정도다. 정 교사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도대항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 없었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즐기면서 운동하니 대회 성적도 좋았던 거 같다"며 웃었다.

학생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데 대해 긍정적이었다. 남자팀 주장인 김동형(3학년)은 "지금은 고등학교로 진학한 형들이 세팍타크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가입했다"며 "공부도 같이하면서 운동해야 미래에 선택할 길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동명중을 거점으로 인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도 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그는 "경남도교육청에서 8월에 중점학교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하는 심의를 한다"며 "심의를 통과하면 엘리트 선수와 클럽 선수로 나눠 운영하고, 다른 학교 학생들도 동명중에서 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되면 초등·고교 학생까지 연습시키고 싶다. 밀양동명고와 논의 중인데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현재 공을 다루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 탭 스파이크, 하프 롤링 스파이크 등 기술을 쓸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상황이다.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32회 회장기 세팍타크로대회, 11월 개최 예정인 제22회 전국남녀종별세팍타크로대회 등에서도 기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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