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도 경상남도총괄건축가 마산근대사전시관 활용 제안
"1929년 초 준공한 것으로 추정 당시 경성전기주식회사 소유"
명칭·지역성 연구 이어가기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 소재 일본 전기회사 '일한와사주식회사' 사장 사택을 경성전기주식회사 마산지점장 사택이나 마산 전기회사 사택으로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식 목조건물인 이 사택은 지난 3월 창원시 근대건조물 10호로 지정됐다.

허정도 경남도총괄건축가는 14일 오후 7시 30분 마산YMCA 3층 청년관에서 열린 시민논단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또 이 사택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마산 근대사 전시관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일한와사 전후 사명은 한성전기(1898)를 시작으로 한미전기(1904)→일한와사주식회사(1908)→경성전기주식회사(1915)→남선합동전기주식회사(1937)→남선전기주식회사(1945)→한국전력주식회사(1961) 순으로 변경됐다.

▲ 허정도 경상남도총괄건축가가 마산YMCA 시민논단 강사로 나서 '경성전기 사택 가치를 논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허정도 경상남도총괄건축가가 마산YMCA 시민논단 강사로 나서 '경성전기 사택 가치를 논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허 건축가는 이날 발제에서 옛 신문기사와 건물 내부에 부착된 도배지를 근거로 기존에 알려진 사택 건축 연도(1939년)는 잘못된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일제강점기 지어진 건물 대부분이 기록정리 과정에서 건축 연도를 편의상 1939년으로 기록한 경우가 많아 해방 이후 작성된 건축물대장 건축 연도는 신빙성이 낮다는 취지다.

허 건축가는 "건축물대장에는 사택 건축 연도가 1939년으로 적혀있지만, 토지 매입시기나 초벌 도배지로 사용된 신문 발행 일자, 건물 수준, 경성전기의 독점적 위세, 경성전기 내 마산지점장 지위 등을 봤을 때 건물은 경성전기 마산지점장 부임 직후인 1927년 후반기나 1928년 봄쯤 착공해 1929년 초 준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회사 사택이 앉은 터를 경성전기주식회사가 일본인 사토 사부로(佐藤 三郞)에게서 매입해 소유권을 이전 등기한 일자가 1927년 6월 3일이라고 나온다"라며 "건축 연도가 1939년이라면 토지를 매입한 후 12년이나 묵힌 뒤 사택을 지었다는 건데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 사택 건축 당시 초벌 도배지로 <조선조일(朝鮮朝日)> 1928년 10월 28일 자 및 12월 9일 자 신문이 사용됐다"며 "건축 연도가 1939년이라면 이 신문을 11년이나 창고에 보관해두었다가 도배지로 사용했다는 의미다. 이 역시 1939년에 건축된 건물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건축 시기가 1939년이 아닌 점을 미뤄 볼 때 건물 이름은 일한와사 사장이 쓰던 사택이 아니라 경성전기 지점장 사택으로 봐야 한다고 허 건축가는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신삼호 건축사도 기존에 알려진 건축 시기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기를 정확하게 추정할 순 없지만 1930년 5월 이전에 지어진 건물로 추측된다"며 "마산에 수전이 들어온 게 1930년 5월이다. 설비적인 측면에서 볼 때 건물에는 세면장 1개·욕실 1개·주방 1개 총 3개 수전이 있는데, 화장실 세면대를 보면 수전과 물이 배출되는 배수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추정컨대 여기에 간이 급수할 수 있는 급수통을 비치해서 필요할 때 틀어서 씻고 했을 거다. 수도가 내부로 들어오는 상황이었다면 이런 배관 형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 일한와사 사택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 일한와사 사택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유장근 교수는 "초기 이름이었던 일한와사전기주식회사 마산지점 사택으로 정하는 것이 마산의 전기 역사나 20세기 초기 마산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건축물 명칭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는 추후 논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건물 초기 명칭은 일한와사전기 마산지점장 사택이었으나, 그 뒤 경성전기주식회사 마산지점으로, 다시 남선합동전기주식회사라는 거대 회사로 통합되면서 남선합동전기 부산지점 마산영업소로 바뀌는 동안에도 마산영업소 혹은 마산지점 사택이라는 사실이 바뀌지 않았다"면서 "이 건물은 일본인 지배기구와 거주지를 대표하는 건물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디에서 어떻게 누가 살았는지 건물터가 지역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먼저 얘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택을 시민 공유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허 건축가는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경성전기 사택은 창원시 근대건조물 10호로 결정된 문화유산인 만큼 시민 공유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등록문화재 지정 신청하고, 시가 터와 건물 3동을 사들여서 그 자리에 '마산 근대사 전시관'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유주는 재개발 구역에 묶여있는 건물을 창원시가 나서면 시에 매각하겠다는 태도"라며 "앞으로 관건은 시가 빨리 예산을 확보해 재개발조합과 협상카드를 만드는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해련 창원시의원은 "창원시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사택 보존이 가능하도록 시와 의회가 행정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챙겨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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