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 따라 먹거리 선택
장 약하면 찬 음식 피해야
'생맥산'기력 회복 도와줘

지난겨울 당신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였나요? 요샛말로 추운 날씨에도 얼음 음료만 먹는 것을 뜻한다. 한창 '혈기왕성' 한 젊은 층에서 주로 쓰는 말이다. 한겨울에도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여름에도 뜨거운 음료만 찾는 사람이 있다. 이를 사람마다 체질이나 취향의 차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건강에는 괜찮은 걸까.

한의학에서는 건강한 삶을 위해 자연과 조화를 강조한다. 계절에 순응하는 건강 원리가 상식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사시사철 바쁜 현대인에게도 이런 원리가 통할까? 한의학은 인체의 생리와 병리도 자연 변화에 영향을 받는 이치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여름에 맞는 생활 =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청담한의원 김성배 원장은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이에 순응해 생활하기보다는 사계절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냉난방 잘되는 건물 속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우리 몸은 작은 환경 변화에도 이런저런 병들을 쉽게 앓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여름에 맞는 생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낮이 길어진 만큼 활동을 늘리고, 근육 관절에 부담이 적으니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다른 계절보다는 더 많이 하는 게 좋다"면서 "에어컨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땀도 좀 흘려야 건강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낮 활동이 과도해 열 손상이나 수분 전해질 소실이 심해서는 안 된다"며 "활동을 많이 하고 많이 움직이되 흘린 땀과 소모된 에너지는 바로바로 보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습기는 피하라 = 여름철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식욕이 떨어지고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는 몸의 생기가 약해진 상태에서 더위에 시달리고, 습기를 이겨내지 못해서라고 한의학은 설명한다.

김 원장은 "뜨거운 햇살과 높은 습도는 힘들지만, 자연 상태처럼 몸 상태도 사계절 중 가장 왕성한 시기라 내 몸의 생기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면 체력을 증진하고 질환을 개선하는 시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관절이나 근육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날씨는 도움이 되지만, 습한 날씨는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 겨울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한의학에서 만성적인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도 계절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하는 이유다.

추위를 많이 타면서 마르고 관절 부위만 두드러지는 관절 통증이나 외상으로 말미암은 근육·관절 후유증은 여름에 치료와 재활운동을 하기 좋다. 하지만 체중이 늘어서 관절에 부담이 있고, 잘 부으면서 간간이 염증이 재발하는 관절이나 근육은 여름철 과도한 운동이나 사용이 증상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김 원장은 "어떤 경우라도 여름 습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라며 "차고 습한 곳을 피하고, 특히 습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누워 있거나 잠을 자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냉면과 삼계탕 사이 = 여름철에는 활동이 왕성하지만 쉽게 지치므로 잦은 수분 섭취와 충분한 영양 섭취가 필요하다. 땀을 많이 흘리고 더위에 지치다 보면 입맛도 떨어지고 갈증은 심해진다. 그렇다고 찬 음식이나 과일 등 익히지 않은 음식 위주로 먹게 되면 소화가 힘들어지고 몸이 더 무거워진다. 여름에 장염이나 소화불량 등 소화기계의 다양한 질환들이 흔히 생기는데, 이는 외부의 습한 환경과 마찬가지로 내부로 습기가 작용한 경우다.

김 원장은 "시원한 음료나 음식들은 몸이 불편함 없이 왕성할 때 먹는 게 좋고, 지쳐 있거나 장이 약한 사람은 따뜻하고 익힌 음식이나 음료를 먹어야 한다"며 "냉면이 좋을 때가 있고, 삼계탕이 더 나을 때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위 탓에 부족해진 기혈을 고루 보충하는 대표적인 한의학 처방으로 인삼·맥문동·오미자로 이뤄진 생맥산이 있다. 인삼으로 원기를 보하면서 속을 따뜻하게 하고, 맥문동으로 상체에 오르는 열을 식히면서, 오미자의 새콤한 맛이 진액 보충을 돕는다.

김 원장은 이번 여름에 몸이 불편하고 힘들다면, 지난겨울과 봄에 몸에 부담을 받은 결과라고 했다.

그는 "겨울에 감기를 자주 앓으며 고생하고, 봄에 알레르기 질환으로 비염이나 피부에 문제가 생기고, 여름에는 속앓이를 해서 식욕이 떨어지거나 아랫배가 차고 설사를 하며, 가을에는 목구멍이 예민해지면서 잦은 마른 기침을 하고 피부가 푸석해지는 증상들이 서로 연관돼 있다"며 "계절마다 어떤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하면 이전 계절의 건강상태와 지금의 불편이 연관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불편한 것은 지금 해결해야 앞으로 편안해지고, 미뤄두면 이후 다른 형태의 불편으로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여름을 잘 보내야 가을·겨울이 편안할 수 있고, 겨울을 잘 보내야 다음해 봄·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김성배 창원 청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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