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물 확보·확인 수 주 소요
초동 수사·범인 특정에 한계
동물전담경찰관 도입 요구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는 인원은 해마다 증가세다. 이렇다 보니 경찰 수사 과정이 치밀해지고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경찰청은 부실하다는 쓴소리를 들었던 '동물학대사범 수사매뉴얼'을 완전히 뜯어고쳐 올 초 '동물대상범죄 벌칙해설'을 만들었다. '동물대상범죄'로 이름을 바꾼 것은 동물학대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동물이 피해자로서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지역 경찰까지 이런 인식을 확산하고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사건 늘지만 초기대응 미흡 = 경남경찰청 자료를 보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늘고 있다. 2017∼2018년 30건 안팎이었으나 2019년 51건까지 증가했다. 공식 집계는 안 나왔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인원이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검거 인원도 30명에서 2019년 54명으로 늘었다. 전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찰청이 파악한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를 보면 2018년 531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증가했다. 검거 인원도 589명에서 962명으로 늘었다.

동물학대 행위는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전문가들도 심각성을 경고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6월에 낸 '동물학대 대응 매뉴얼'을 보면 동물학대 유형에는 신체적 학대(살해·상해), 방임·방치, 유기, 성적 학대가 포함된다.

하지만 동물학대를 신고하더라도 경찰이나 자치단체가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해와 부산 등에서 유기동물 구조활동을 하는 마황훈(42) 씨는 "지난해 이맘때 뱃속에 새끼 3마리가 있던 고양이를 토치로 태워버린 사건이라든지 큰 사건을 3번이나 신고했지만 범인이 잡힌 경우가 없었다"며 "동물학대는 수사 과정에서 증거물 확보가 필요하다 보니 수사 속도가 더딘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마 씨는 "해당 동물이 검역 등 과정을 거치면 그 결과를 기다린다. 몇 주가 지나 결과가 나와야 수사기관도 움직이는데, 다른 증거를 찾거나 범인을 잡기에는 늦다"고 덧붙였다.

◇전담수사관·공조 절실 = 경찰청의 '동물대상범죄 벌칙해설'에는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포획·판매, 유기, 사진·영상물 인터넷 게재 등 각종 벌칙규정 해설과 지역경찰 근무자를 위한 초동조치 요령·지자체 공조 방법, 수사 실무자를 위한 동물사체 부검 의뢰와 양형 기준 설명 등이 담겼다. '동물대상범죄'는 동물, 반려동물, 야생동물, 가축 등 동물 관련 각종 법률에 쓰인 용어를 포괄하는 의미도 있다.

동물대상범죄 전담 수사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애니멀캅(동물경찰)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학대받고 유기되고 불법 개 농장 등 개·고양이 이슈를 다루는 1인 방송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상황을 더 빠르고 전문적으로 해결하려면 '동물경찰'과 보호소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1일 동물자유연대와 이은주(정의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동물학대 대응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김순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 경감은 "법률상 벌칙 조항을 근거로 동물학대 등 범죄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경찰의 독자적인 업무 수행에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장의 구조·보호·출입·검사 등 적절한 행정 권한 발동과 함께 수사가 진행될 때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동물대상범죄에 대한 독자적인 양형 기준 신설 요구 △범행 반복성·잔혹성 등으로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 상급관서 수사지도 △동물대상범죄 수사 관련 내부 사이버교육 콘텐츠 제작·수사역량 제고(2022년 예정) 등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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