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창원·진주·의령 "문화분권 역행"…정치권, 재논의 방안 모색
이중섭 작품 확보 추진 통영시, 문체부 순회 전시 방침에 기대감

추진위원회 출범, 건의안 채택 등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힘썼던 지역사회는 정부의 서울 건립 결정에 비판을 쏟아냈다. 국가 균형발전 취지는 물론 기증자 철학에도 맞지 않고 수도권 일극 체제를 심화하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강력 규탄 =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과 연계해 이건희 미술관 창원 유치 당위성을 강조했던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공동위원장 황무현)'는 서울 건립 결정을 두고 '문화분권을 역행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추진위는 7일 창원시청 앞에서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 결정 즉각 철회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역 국립문화시설 확충 방안 마련 △확실한 문화분권 대안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건립 등이 담긴 성명을 냈다.

▲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을 위한 기본원칙 및 활용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을 위한 기본원칙 및 활용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진위는 "문체부의 지역 문화시설 확충 검토는 동남권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 시작은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건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호남 지역민 화합, 삼성 경영철학 계승과 보전 등을 앞세워 유치를 희망했던 진주시도 문화 민주주의 구현 요구를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정부의 이번 발표는 지역 문화균형발전 촉진을 통한 문화분권이라는 시대적 요청과 지방자치단체 요구를 외면하고, 단지 현재의 문화환경과 여건만을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심정은 지역 문화균형발전과 기증자 철학을 소중히 계승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출생지면서 고 이건희 회장이 성장한 의령은 '정부가 지역을 버렸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서 의령은 오태완 군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해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삼성특별관'을 자체적으로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오 군수는 "문체부가 내세운 국가 기증 취지 존중과 기증 가치 확산은 지역에 건립했을 때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며 "전문성과 활발한 교류·협력은 지역에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를 희망한 다른 지자체와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도 유감을 표했다. 도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과 기대, 문화분권 요구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며 "국립현대미술관 남부관 건립을 비롯한 국립문화시설 확충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규탄 발언이 나왔다. 경남·부산·울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결정은) '이건희 컬렉션'을 디딤돌로 '제2의 빌바오'로 도약하려던 경남·부산·울산을 비롯한 대한민국 지역 시도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 폭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 유치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 미술관 유치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은 "수도권 일극 체제 현상이 심화한 가운데, 남쪽에 유치하는 것이 균형발전 차원에서 옳다고 봤다"며 "도의회 차원에서도 대책을 논의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추진위원회가 7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추진위원회가 7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순회 전시 기대 = 이번 결정을 계기로 지역 내 문화시설을 자체적으로 확충하겠다거나 '순회 전시' 기대감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 통영시는 정부의 '이건희 컬렉션' 순회 전시 추진 계획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서 시는 5월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미술품(1488점) 중 이중섭 작품을 확보하려 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측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 문체부가 이건희 컬렉션을 내년 하반기부터 연 3회 이상 지역 대표 박물관·미술관 순회 전시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이중섭 작품 확보' 불씨는 살아나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정부의 이건희 컬렉션 지역 순회 전시 계획에 초점을 맞춰 통영시립박물관 등에서 이중섭 특별전을 개최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주시는 근·현대 국·공립 문화시설을 유치해 진주를 중심으로 서부경남의 특화한 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이 옛 진주역 철도 터로 이전하고 현 박물관 소유권이 진주시로 넘어오면 이곳에 100억 원을 투입해 지역 특화형 국·공립 문화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조 시장은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시 유치 등 정기 순회전시 유치를 위해 전국에 소재한 박물관·미술관 협력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