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정도까지 근시 계속 악화
고도근시·녹내장 가능성 커져
야외활동 하면 뇌 도파민 생성
안구 길이 성장 억제에 도움
렌즈·안약 치료도 하나의 방법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시력이 1.5는 넘었다. 그런데 4학년이 되자 칠판에 있는 하얀 분필 글씨가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근시 교정용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경을 쓰면 더는 나빠지지 않을 거로 기대했지만, 시력은 그 후로도 계속 나빠졌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하물며 TV도 없었으니 전자기기를 핑계로 댈 수도 없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시력이 나빠지는 걸까 싶기도 했다. 물론 유전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학년이 올라가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더라도 좋은 시력을 유지할 방법은 없을까? 창원파티마안과 정지원 원장을 만나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근시는 왜 생기는 거죠?

"근시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게 없어요. 잘못해서 생기는지 가까운 것을 자주 봐서 생기는지 원래 눈이 좋았는데 어느 순간에 근시가 생기는데, 어떤 연유에서건 근시가 생겼다면 그 뒤로는 근시가 진행하기 마련입니다. 자녀의 근시 발생 시 부모가 그 기본 개념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과에 찾아와서 우리 아이 시력이 얼마예요? 하고 질문을 흔히들 하시는데요, 보통 이야기하는 0.1, 0.2 등의 시력은 정확히 나쁜 정도를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0.3의 시력을 가진 아이가 0.1의 시력을 가진 아이보다 근시가 더 나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주관적으로 읽는 능력까지 포함된 것이기에 그런 것이고 따라서 근시의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디옵터로 알고 계시는 게 정확합니다. -1.0디옵터, 3.5디옵터 이런 식으로요. 동양 사람들에게서 근시가 많이 발생하는데 안타깝게도 이것만 진행해요. 근시가 시작됐다 하면 그 뒤로는 90% 이상 진행하게 되는데, 그것을 멈추게 한다거나 반대로 더 좋아지게 하는 방법은 나와 있지 않아요."

-근시가 계속 진행하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드니까 더 나빠지지 않던데.

"네, 근시는 왜 생기는지는 몰라도 시작됐다 하면 보통 20살 정도까지는 진행한다고 보면 돼요. 그 뒤로도 진행이 안 되는 건 아니고 아주 완만하게 진행하는 거죠. 그래서 20살 이후 라식하는 사람이 많아요. 시력도 나빠지는 속도가 있는데, 1년에 평균적으로 0.75디옵터 정도 근시가 진행된다 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근시가 시작되는 나이가 예전보다 훨씬 앞당겨졌다는 거예요. 7살에 근시가 시작됐다면 13년 동안 근시가 진행될 거잖아요. 산술적으로 보면 20살까지 10디옵터 정도가 나빠진다는 얘긴데, 이렇게 되면 고도근시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녹내장이 올 가능성도 커지고요."

-예전보다 일찍 근시가 발생하는 원인이 뭘까요?

"아무래도 환경적 요인이 크죠. 제일 큰 게 야외생활을 안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어릴 때는 밖에 나가 많이 놀았잖아요. 그 말은 햇볕을 받고 자란다는 얘긴데 햇볕을 쬐면 뇌에서 도파민이 생성되는데 이게 안구의 길이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요."

-길이 성장이라면?

"안구를 보면 눈동자를 통해 망막에 상이 맺히는데, 길이가 성장하면 망막이 뒤로 밀려나서 상이 앞에 맺히겠죠. 이걸 축성근시라고 해요. 햇볕을 쬐면 이게 제어가 되거든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환경이 예전과 달리 실내 생활이 대부분이고 가까이 보는 상황이 많이 늘었잖아요. 오락기, 핸드폰, 티브이, 유튜브 이런 거 볼 때 자꾸 눈을 들이대고 또한 오랫동안 보다 보니 근시가 너무 일찍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추측한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됐다는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만.

"핸드폰을 많이 보면 시력이 나빠진다는 주장은 통계에 의한 겁니다. 핸드폰을 많이 보는 것과 시력 악화의 관련성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시력을 말할 때 마이너스(-)면 근시, 플러스(+)면 원시, 그럼 0이면 아주 정상을 표시하는 것 아닌가요?

"그건 안경 도수를 말하는 거고 시력은 다릅니다. 1이 정상이고 0.9, 0.8 이렇게 낮아지다가 0.1 아래로 0.01까지, 더 내려가면 0이 될 텐데. 이 정도면 아예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 근시에 대해 설명하는 정지원 창원파티마안과 원장. /김은주 인턴기자 kej@
▲ 근시에 대해 설명하는 정지원 창원파티마안과 원장. /김은주 인턴기자 kej@

-처음 근시가 생겼을 때 관리 잘 하면 더 안 나빠질 수 있나요?

"근시가 시작하면 아무리 관리를 잘 해도 멈추게 하거나 좋아지게 할 수는 없어요. 눈 운동을 통해 간혹 눈이 좋아졌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가성근시일 경우입니다. 실제로는 나빠진 게 아닌데 나빠졌다고 느끼는 거죠. 대신 근시 억제 치료라는 건 있어요. 대표적인 게 드림렌즈와 아트로핀 안약이란 게 있죠. 아트로핀은 우리 몸속 교감신경을 작용하게 해서 효과를 보는 겁니다. 이게 여러 작용을 하는데 특히 눈에서 길이 성장을 늦추게 해요. 드림렌즈는 눈이 덜 나빠지게 하려고 나온 게 아니라 라식 효과를 내려고 시작한 건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결과적으로 근시가 덜 진행된 거예요. 이건 저도근시 어린이에게 끼워주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드림렌즈 원리가 궁금하네요.

"저녁에 머리카락을 말아놓으면, 다음날 종일 말려 있잖아요. 그것과 원리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후 한동안 드림렌즈를 하지 않으면 원상태로 돌아가는 거죠. 그런데 이게 결과적으로 고도근시로 가는 걸 크게 막아줍니다."

-질병으로 말미암은 요인도 있을까요?

"질병 때문에 나빠지는 건 거의 없고 근시가 너무 심해 망막 시세포 자체가 손상되는 경우는 있고, 아주 드물게 콜라겐 질환으로 근시가 생기는 수가 있습니다."

-안경은 언제부터 쓰는 게 좋을까요?

"대체로 0.8 이상이면 정상 시력이라고 봐요. 그 아래면 검사를 하는데, 근시나 난시, 원시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백내장이나 녹내장 혹은 시신경 질환 때문일 수도 있으니 봐야죠. 굴절시험 결과 -0.75디옵터 정도면 근시가 있어도 어느 정도 보이고 생활하는 데 그다지 불편하지 않지만 -1디옵터 미만이면 경과 관찰 대상이에요. 그때부터 교정하라고 하죠."

-어릴 때를 돌이켜보면, 안경 도수를 자꾸 올리다 보니 눈이 더 나빠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던데.

"대부분 그렇게 생각해요. 안경을 안 끼면 흐린 데 익숙해져 있어요. -2디옵터라면 0.1 시력이 되거든요. 그때는 5m 이상 안 보고 살아요. -6디옵터가 되어도 5m 이상 안 보이는 거랑 똑같아요. 어차피 안 보이니까. 그런데 근시 교정을 계속하면서 잘 보이게 했다면 -2에서 -3으로만 가도 갑갑하죠. 안경을 안 낀 사람이 20살에 -8디옵터라면 안경을 꼈다면 -6 정도가 된다는 겁니다. 예전엔 시력보다 조금 낮게 안경을 맞춘 경향이 있었는데, 오히려 정확한 시력교정이 악화 속도를 늦춘다는 게 밝혀졌어요."

-눈 건강을 위해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요?

"시력을 좋게 하고자 눈 운동을 권하는 사람이 있는데, 과학적인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봅니다. 눈 주위의 근력, 수정체를 조절하는 조절근 강화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운동은 계속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요. 안 하면 원상태로 돌아가니까. 앞서 얘기했듯이 햇볕 자주 쬐고 멀리 보는 게 효과적입니다. 음식도 눈에 좋다는 건강식품보다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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