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3D도 접목해 학습할 수 있어
디지털 기술이 교육 평등에 기여할 것

새로운 뭔가를 배우고 싶을 때 필자는 책방부터 찾았던 기억이 난다. 책 두서너 권을 놓고 어떤 책을 사서 공부할까 한참 동안 책 내용을 비교하기도 했었다. 책을 구입해 형광펜으로 그어 가면서 혼자서 공부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최근에 필자는 동영상 편집기술을 배울 일이 생겼다. 예전 같으면 책방에 들러 영상편집 책을 뒤적거렸을 텐데 이번에는 인터넷을 뒤적였다. 가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인터넷(특히 유튜브)에는 영상편집에 관한 기초에서 고난도 기술까지 엄청난 교육 영상이 즐비했다. 과거 어떤 책을 살까 고민하듯이, 어느 영상을 볼까 고민할 정도였다. 이뿐인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또 다른 누군가가 아주 쉽게 설명해 놓은 영상이 어김없이 올려져 있었다. 덕분에 필자는 책을 구입하지 않고 동영상 편집 초보 딱지를 뗄 정도가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독학이 가능하리라는 어렴풋한 짐작은 체험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바야흐로 '독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한 간단한 기능에서 대학 전공 수준 학문까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독학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이공계 분야 세계 최고 대학인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는 오픈러닝(Open Learing)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자료(영상, 강의노트, 정답이 포함된 학습지 등)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 중에서 '오픈코스웨어(Open Course Ware ·OCW)'를 통해 MIT의 수십 개 전공 강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학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자기 집에서 세계 최고 수준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실제로 MIT에서 4000㎞ 떨어진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스콧 영 씨는 MIT 컴퓨터공학과 4년 과정(33개 수업)을 오픈코스웨어를 이용해 독학한 뒤 이를 책(<울트라러닝>)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카이스트를 비롯한 여러 대학이 오픈코스웨어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100개 이상의 대학이 공동 참여하는 한국형 오픈코스웨어(Korea OCW)도 운영되고 있다. 2015년부터 양방향 학습이 가능한 온라인 공개강좌(K-MOOC·Mass Open Online Course)도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온라인으로 교육 영상을 제공하는 이러닝(E-learning·온라인 공개수업)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교육에 미디어, 디자인, SW, 가상현실, 증강현실, 3D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접목하여 학습자 교육효과를 높이는 에드테크(Ed-Tech·교육과 기술의 합성어)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에드테크는 학습자 개개인의 수준에 맞춘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해 주거나, 바로 코칭(피드백)해 주는 기능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독학시대 도래는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배우려는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디지털 교육생태계가 갖춰지고 있다.

어느 학교 이름이 박힌 졸업장 하나에 매달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풍토만 사라진다면,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독학 가능한 세상은 교육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세상에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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