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뻘뻘 흘리며 오르는 안민고개
2.2㎞ 짜릿한 내리막길의 매력
해안길 달리며 마무리 '깔끔'

그늘과 바람이 소중해지는 계절, 여름이다. 땡볕에서 자전거로 달리다가 구름이나 나무가 만들어놓은 작은 그늘에라도 서면 이내 시원함이 밀려온다. 그늘은 뜨거운 바람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힘이 있다는 사실이 자전거를 타면서 새삼 느껴진다.창원시에서 일명 '안장귀'로도 불리는 안민고개~장복산~귀산동은 그야말로 도심 속 귀한 자전거 여행길이다. '안장귀'에서는 숲이 만든 바람과 그늘에 빛나는 해안길 풍광이 더해진다. 트인 바다나 전망을 보며 한숨 돌릴 수 있는 장소가 도심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자전거유람단은 안민고개부터 타고, 장복산 둘레길을 넘어 귀산동까지 달렸다. 귀산동을 반환점으로 창원산단을 가로질러 다시 안민고개 들머리에 있는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다. 전체 여정은 47.4㎞,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림자·전망 맛집' 안민고개

안민초등학교 인근에서부터 페달을 밟았다. 초등학교 정문을 지나 원형교차로에서 9시 방향으로 자전거 머리를 돌렸다. 바로 오른쪽에 안민고개 들머리가 나온다.

안민고개는 창원시 성산구 안민동과 진해구 태백동을 잇는 9㎞ 정도 고갯길이다. 특히 자전거를 타는 이들에게 안민고개는 '업힐(up hill·오르막길)'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제 막 자전거를 시작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도전한다. 이미 웬만큼 오르막길에 익숙한 사람들은 기록 단축을 위해 애쓴다. 많은 자전거 동호인이 흘린 땀이 이 고갯길을 적신다. ▶4월 2일 자 18면 보도

차로 자주 올라갔던 기억을 더듬어봤는데, 길이 제법 경사지고 길다고 느꼈다. 자전거로는 처음이다 보니 과연 안장에서 내리지 않고 오를 수 있을지 걱정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페달을 굴렸다. 고개 들머리 경사가 가장 급한 편이다. 여기만 오르면 다소 구불구불하지만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고개 어귀를 오르는데, 예전과 다르게 길 위로는 새로운 도로가 나고 주변에 카페 등이 들어선 모습이 보였다. 결국 이 길도 개발 바람을 피하지 못하는 것일까, 잠시나마 생각에 잠겼다.

안민고개는 봄에 벚꽃이 펴 있거나 그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장면이 눈을 사로잡는다. 여름철 안민고개는 '그림자 맛집'이다. 우거진 숲은 나뭇잎 그림자로 길을 뒤덮는다. 나뭇잎 사이사이 햇살이 쏟아진다. 조금 힘들 듯했지만, 이 그늘을 따라 옆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발 한발 굴리다 보니 금세 고개 정상에 다다랐다. 3㎞ 남짓, 30분이면 된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창원시내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밤에 오면 근사한 도심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주차장 쪽에는 '안민고개만날재' 비석이 있다. 오른쪽으로 향하면 관문처럼 생긴 안민생태교가 힘들게 올라온 이들을 맞이한다. 이 생태교 아래를 지나면 진해 시가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뿌옇던 아침 하늘은 서서히 푸른 빛깔을 드러내고, 진해항을 낀 도시 위로 구름 한 뭉치가 떠 있었다. 이처럼 안민고개는 '전망 맛집'이기도 하다.

전망대에서 태백동스포츠파크 근처까지 고불고불 이어지는 4㎞ 남짓 내리막길은 10분 안에 하강할 수 있다. 알맞게 서늘한 바람을 가르고 내달리면 왼쪽으로 보이는 진해 도심 풍경은 점점 가까워진다.

▲ 안민생태교 아래를 달리는 자전거유람단. /서동진 기자
▲ 안민생태교 아래를 달리는 자전거유람단. /서동진 기자
▲ 안민고개에서 바라본 진해 시가지 풍경. /최석환 기자
▲ 안민고개에서 바라본 진해 시가지 풍경. /최석환 기자

◇마진터널 뒤 시원시원 내리막길

사실 안민고개를 다 내려와서 장복산으로 가는 길은 자전거를 타는 이들에게 험난하다. 안민고개 내리막길 중턱에 있는 임도인 진해드림로드 '장복하늘마루길'로 가도 되지만, 경사도가 제법 큰 오르막이다. 그래서 여좌동에서 진해문화센터 앞을 지나 장복산조각공원 들머리까지 페달을 밟았다. 특히 문화센터 앞에서는 자전거도로 표시가 없어 갓길로 차분히 가야 했다. 완만한 오르막길이고, 차는 시속 70㎞ 넘게도 달리기 때문이다.

장복산조각공원, 창원 편백 치유의 숲을 지나쳐 마진터널 앞까지도 1.4㎞가량으로 그리 급하지 않은 오르막길이다. 치유의 숲에는 30~40년생 편백나무가 심겨 있다고 한다. 그 기운을 어렴풋이 받으며 또다시 숲 속을 달렸다.

장복터널 이전에 옛 마산지역과 진해지역을 이어주던 마진터널을 통과하면, 2.2㎞ 짜릿한 내리막길의 매력을 맛보게 된다. 페달은 굴리지 않고, 제동장치는 슬며시 쥐고, 안장에서 엉덩이는 살짝 뗀 채 내려가는 이 맛에 그렇게 힘들게 길을 오른다.

장복산길을 다 내려와서 귀산동으로 향하는 길도 그리 순탄치는 않다. 차량이 시속 60㎞ 이상 빠른 속도로 달리는 데다 갓길도 좁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반대편 갓길에 충분한 공간이 있다. 그래서 자전거 신호등이 있다. 이 횡단보도를 건너 600m 남짓을 역주행했다. 거꾸로 귀산동에서 장복산으로 오른다면 이 길이 정방향이다.

도로 근처에 있는 기업 이름을 딴 두산볼보로에도 많은 자전거가 달린다. 하지만 자전거도로 표시는 따로 안 돼 있다. 왕복 6차로인데 반해 차 이동량이 비교적 많지 않아 아예 1개 차로를 잡고 타면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두산볼보로는 700m 정도만 나지막한 오르막이고 나머지 2.6㎞ 정도는 완만한 내리막이다.

▲ 자전거유람단이 19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귀곡동(귀산)에서 마창대교를 등지고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 자전거유람단이 19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귀곡동(귀산)에서 마창대교를 등지고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삼귀해안길, 선명해진 바다색

두산볼보로와 연결되는 적현로를 만나면 왼쪽으로 꺾는다. 널찍한 4차로는 삼귀로에서 곡선을 그리며 2차로로 좁아진다. 용호마을 표지석이 나오면서 눈부신 바다 풍광이 펼쳐진다. 갓길에 차를 대고 산책로에서 낚시하는 이가 줄지어 서 있고, 캠핑카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전거 운행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넋 놓고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겠지만, 차량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과 부딪힐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오른쪽에 돝섬이 보이고 조금만 더 달리면 작은 개구리섬이 보인다. 그 뒤에 마창대교가 좌우로 길게 뻗어 있다. 마창대교 아래 차량으로는 통과할 수 없는 귀산프린지문화공연장을 낀 길을 지났다. 삼귀포구가 있는 해안로는 인파가 덜 몰려 있어 조금 전 거쳐온 길보다는 조용했다. 바다도 더 깊어지고 그 색이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1.5㎞만 가면 경사로가 있다. 이곳을 올라 500m 남짓을 달리면 시내버스 돌아가는 곳이 나온다. 석교마을 비석, 소파를 가져다 놓은 마을 정자도 눈에 띈다. 조용하던 마을은 여러 카페 건물로 예전 정취를 잃어가고 있지만, 이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여전히 고즈넉한 운치가 있다.

돌아갈 때는 해안 도로가 아니라 옛 도로를 택했다. 1㎞만 달리면 오른쪽 한 음식점 앞에 오르막길이 있다. 콘크리트가 깔려 다소 울퉁불퉁하지만, 아스팔트 도로에서 느끼지 못하는 매력이 있다. 1㎞ 정도로 길지는 않은데, 오가는 차가 드물고 왼쪽에 심긴 나무 사이사이로 설핏설핏 보이는 바다는 해안 도로에서는 못 보던 그림이다.

옛 도로가 끝나는 지점 근처에 있는 횟집에서 회덮밥과 물회 등으로 빈속을 채웠다. 이제 출발지인 안민초등학교 근처로 돌아가야 한다. 자전거로 귀산동에서 도심으로 나갈 때는 대체로 적현로를 타다가 공단로나 봉양로로 향한다. 공단을 가로질러 복귀했다. 18㎞ 정도 평지를 달리면서 굳었던 다리도 풀 수 있었다.

◇볼거리 = 창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안민고개 야경이다. 창원시 성산구와 진해구를 잇는 고갯길인 안민고개 정상을 기점으로 한쪽에선 성산구를, 또 다른 한쪽에선 진해구를 조망할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풍광이 서로 다른 빛을 내뿜으며 방문객을 맞아준다. 고개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밤'이 멋들어진 운치를 선사한다. 장복산조각공원은 진해구 태백동에 있는 장복산 기슭 녹지대 286만 7595㎡(86만 7447평)에 조성된 공원이다. 마산과 진해 사이인 장복로 끝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

조각은 물론 시가와 진해만, 산책로까지 모두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장복산조각공원이다. 박헌열, 문옥자, 김명한 작가 등이 만든 조각 26점이 이곳에 있으며, 공원에는 송림의 숲, 편백의 숲 등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먹거리 = 자전거유람단의 점심 메뉴는 '회덮밥'이었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던 이날(19일), 일행은 카페거리가 있는 귀산동에서 1만 5000원짜리 회덮밥을 먹었다. 회와 채소가 잔뜩 담긴 밥그릇에 공깃밥 1공기를 넣어 쓱싹쓱싹 비빈 다음 입안에 넣었다. 된장으로 덮밥 간을 맞추는 집에서 먹은 끼니였다. 된장이 담겨 있는 덮밥에 초고추장을 추가로 넣었더니 초고추장과 된장이 섞인 맛에서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다. 같이 따라 나온 매운탕의 얼큰한 국물이 먹는 맛을 더해주기도 했다. 식당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 바다를 보면서 한 그릇을 뚝딱했다.

◇놀거리 = 삼귀 해안은 돝섬의 야경과 울창한 숲, 아름다운 바다 절경이 남다른 맛을 자아내는 곳이다. 길이 잘 닦여 있어 드라이브 '맛집'으로 이름이 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드라이브만큼이나 밤 풍경을 보는 맛이 쏠쏠한 동네가 삼귀(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귀산동, 귀현동, 귀곡동을 통칭한 말)다. 개구리섬이 보이는 귀곡동·귀산동에 있는 카페거리에 가면 조명이 켜진 마창대교를 볼 수 있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재미가 특히 좋다. 진해구에 있는 창원 편백 치유의 숲은 장복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다. 이름처럼 편백(30~40년생)이 우거져 있는 숲으로, 3년 전 58㏊에 이르는 땅에 시가 조성했다. 산림 치유센터 1동, 숲속 명상장·체조장·물놀이장 각 1곳, 치유숲 둘레길 6개 노선(15.6㎞) 등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여유를 만끽하기 좋은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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