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산단 스마트혁신 속도 붙여
지역경제·노동자 삶 개선 꾀해야

집을 지을 때 주춧돌이 견고해야 튼튼한 집이 되고, 뿌리가 깊어야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기초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최종 제품에 내재하여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산업이 있다. 바로 '뿌리산업'이다.

이러한 지역 뿌리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영환경과 사회적 인식 탓에 그간에도 어려움은 많았지만,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다.

뿌리산업은 대부분 기업이 영세해 혁신역량 부족과 인력 고령화, 외부변화에 취약하고, 2∼4차 협력사가 90%를 차지할 만큼 대기업 의존형 공급망 구조 최하단에 있어 수익성 악화와 원천기술 개발의욕이 저하됐다.

하지만 뿌리산업은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으로 품질과 제품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 산업이며, 뿌리기술은 단기간 내 기술력 확보가 어려운 자본·기술 집약산업이라 개발도상국에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기술 선진국의 프리미엄 산업이다.

국내 자동차·조선·IT산업의 성공도 주조, 금형, 열처리, 소성가공 등 배후에 강력한 뿌리산업군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고, 오늘날 자율주행차, 로봇, 정보통신, 바이오, 드론, 환경·에너지 등 신산업이 부상하면서 신산업의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미래시장 선점의 필수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남의 뿌리기업 수는 4179개사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많으며, '뿌리기술 전문기업' 수도 143개사로 전국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구조와 인재, 기술제약을 극복하고 전통 제조업과 신성장 동력산업 선도를 위해서는 경남지역 뿌리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 제조혁신을 통한 전통 중소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2022년까지 3만 개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경남지역은 애초 목표인 2000곳을 훌쩍 넘어 2123곳으로 스마트공장 보급률 전국 2위를 자랑하고 있다.

이제 제조현장의 혁신과 스마트공장 도입은 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스마트공장은 첨단 IT 기술과 생산시스템 연계를 통해 공정의 고효율화와 품질향상, 생산성 극대화를 가능하게 함은 물론, 생산에서 경쟁력이 향상되면 뿌리산업의 임금과 복지 부분에서 개선할 수 있고, IoT 기술과 인공지능(AI) 로봇의 범용화로 재해 유발 공정과 작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렇듯 스마트 제조혁신을 통해 경남의 뿌리산업을 미래형 구조로 적극적으로 전환해 나감으로써, 스마트공장이 단순히 공정혁신만 하는 게 아니라 일터와 산단 전체를 혁신하고, 뿌리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삶도 개선되어 지역 경제 전체가 행복해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제 경남지역 뿌리산업도 기존의 강점을 살려 스마트하게 새 옷을 입어야 한다. 부정적 의미로 인식돼 온 3D(Dirty·Difficult·Dangerous) 불명예를 벗어던지고,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긍정적 의미의 새로운 3D(Digital· Dynamic·Decent) 혁신산업으로 탈바꿈할 때가 왔다.

앞으로 경남지역 산·학·관이 똘똘 뭉쳐 4차 산업혁명과 시대적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적절한 때에 맞춘 과감한 실천으로 지역과 국가경제를 선도할 '현문현답'의 길을 찾아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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