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오징어·육류 등 신선재료, 갈변·상한 채 배송 사례 잇따라
소비자원 위해사례 접수도 증가…받은 후 곧장 조리나 냉동 추천

이모(32·창원시) 씨는 지난 9일 짬뽕순두부찌개 바로 요리 세트(밀키트)를 조리하려다 심한 악취에 놀랐다. 전날 밤 11시께 배달을 받고 곧바로 냉장고에 넣어뒀다 꺼냈는데, 새우와 오징어에서 상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을 하기 어려워지자 종종 밀키트 배달을 주문했었다.

이 씨는 "결국 새우와 오징어 등 해산물은 빼고 조리해 먹었다.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너무 찜찜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며 "앞으로 더 더워지면 밀키트 배달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모(29·창원시) 씨도 최근 소고기 샤부샤부 밀키트를 조리하다가 포장된 소고기를 버렸다. 포장된 고기를 개봉하고 핏물 제거작업을 하고 있는데 고기가 갈변하고 있었고 누린내가 났기 때문이다. 윤 씨는 동네 마트까지 가서 그냥 소고기만 따로 구매했다.

손질된 식재료로 간단히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밀키트'가 인기인 가운데 여름철이 다가오며 밀키트 신선도 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요리에 필요한 기초 재료부터 양념, 육수 등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춘 밀키트는 코로나19 상황 속 집밥 수요가 증가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 식품시장동향을 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20억 원에서 2020년 1880억 원까지 커졌다. 연평균 400% 신장률이다. 2025년에는 725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밀키트가 인기를 누리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간편조리세트(밀키트) 식품 유형을 신설하고 식품유형과 보존·유통기준, 제조·가공기준, 규격을 신설했다. 재료마다 구분 포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밀키트 수요가 늘어난 만큼 이모, 윤모 씨처럼 위해사례도 뒤따랐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올해 1분기 소비자위해정보를 보면 조리식품 관련 위해 사례가 156건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22.8% 증가했다. 증상은 복통, 설사, 구토 등이다.

도내 농축수산물을 취급하는 온라인몰 관계자도 관련 소비자 문의가 한 번씩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생물을 사용하는 밀키트는 특성상 반조리, 양념 등 1차 가공을 한 상태에서 냉장, 냉동해 판매하는 게 대부분이라 보관 온도에 따라 유통기한이 달라질 수 있다"며 "여름이면 온도에 의해 부패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으니 소비자도 배송받은 후 바로 냉장, 냉동 보관해야 하며 생물일수록 가급적 빨리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배송 중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동팩 등을 동봉하지만 반나절부터 길게는 이틀까지 상온에 노출되면 변질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하루나 이틀 동안 상온에 노출된 채로 배송되는 밀키트일수록 소비자도 조리, 섭취 전 재료에 이상이 없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창원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더운 여름철엔 밀키트 등 상품을 받아본 후 육안, 후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패 여부 등을 살펴보는 게 좋다"며 "부패가 의심되면 사진 촬영해 제조사에 반품 요청하면 되고 섭취 후 구토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 식약처 신고, 병원 의사 소견서를 받아 제조사에 치료비 배상 등을 요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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