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평등하지 않은데 '능력주의'는 위험
진정한 변화 위해 다른 정치적 대안 찾길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살 청년 정치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원투표에서 37.4%로 나경원 후보(40.9%)에게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58.8%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데 힘입어 대표에 올랐다. 2030세대 남성의 압도적 지지와 정권교체를 향한 당원들의 열망이 결합한 결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능력주의'와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다. "저는 엘리트가 세상을 바꾸고,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이 대표는 경선과정에서 청년·여성·호남 할당제 폐지를 공약하고, 당 공천에 '자료해석·표현·컴퓨터활용·독해능력'을 볼 수 있는 기초자격시험을 치르자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식 연설에서 바로 세울 국정운영의 원칙으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집권여당은 공약 이행에 실패했다. 수십 차례 부동산 정책에도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자산불평등은 크게 확대되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일부 공공부문에 한정되었고, 임금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시장소득 불평등은 커졌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복지지출 확대로 가처분소득 불평등이 약간 개선되었을 뿐이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과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젊은 층 일자리 문제가 악화되었다. 기득권의 저항이 있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집권여당의 의지 부족과 무능 때문이다. 젊은 층은 실망하고 분노했다.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국민의힘, '공정'을 내세우는 젊은 이준석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 해결에 어떤 역할을 할까. 한국 경제는 불평등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고도성장 기간에는 빈곤층도 소득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제는 저성장 국면에서 불평등 문제가 크게 대두된다. 당연히 불평등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촛불혁명은 국민들의 그러한 기대와 열망이 폭발한 것이다.

불평등은 시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독점자본의 시장지배적 행동 규제와 중소기업 보호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을 육성하여 자본과 노동 간의 교섭에서 노동자 교섭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여 시장 작동과정의 실패를 교정해야 하는 것이다. 시장경쟁에서 승자와 패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시장 경쟁 자체에 참여할 수 없거나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복지 지출을 통해 주거, 양육, 교육, 노후 등을 보장해줘야 한다. 정부의 조세와 사회지출 확대를 통한 재분배 기능이 중요하다.

이 대표의 '능력주의', '공정한 경쟁'은 무한경쟁·각자도생이라는 밀림자본주의 세계로 한국을 이끌 위험이 크다. 이 후보의 '공정한 경쟁'은 출발선의 기회 자체가 부모 지위와 유산 등으로 평등하지 않음을 보지 않는다. 능력주의는 말한다.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이 가지도록 함으로써 혁신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고, 그 덕분으로 나눌 파이가 커진다고. 그러나 심화된 불평등의 결과는 저출생, 노령 빈곤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임금은 결혼해서 집 얻고 자녀를 키울 수 없는, 노동력 재생산이 불가능한 저임금 수준이다. 2030세대의 절망과 분노는 이해되지만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다른 정치적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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