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봉암동 소종현 씨
눈 상태 점검·렌즈 제작 기본
얼굴형 맞춰 테 다듬기 반복
각막 곡률 반경, 눈 동공 거리, 눈 초점 높이, 아베수…. 낯선 용어가 흩뿌려진 이곳,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 있는 안경랜드다. 1990년 안경사 면허증을 취득한 후 '고객에게 가장 편한 안경을 맞춰주겠다'는 태도로 일해온 소종현(58) 씨가 두서없는 질문에 자신의 손, 일을 조리 있게 말해 준다.
안경사 하루는 어떨까. 소 씨는 많을 때는 하루 10명의 안경을 맞춰준다고 했다. 손님이 오면 우선 시력 굴절·3D 검사 등을 통해 기본적인 눈 상태를 살핀다. 얼굴형·유행 등을 고려해 손님이 안경테를 고르고 나면 검안 결과를 토대로 렌즈(안경알)를 맞춘다. 안경테와 렌즈가 하나 되도록 조제가공을 거치고 나면 손님에게 직접 써 보게 한 뒤 피팅 작업을 한다. 안경이 쉽게 흘러내리진 않는지, 너무 어지럽지는 않은지, 머리·귓바퀴에 거북함이 없는지 전체적으로 살피며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안경테 경사각을 세세하게 조정해 최적의 착용감을 찾는다. 이렇게 고객에게 딱 맞는 안경 하나가 완성된다.
여기까지는 '돈이 되는 일'이다. 그 외 대부분 시간, 안경사는 이미 만들어진 안경을 고치고 재피팅하는, '무료 서비스'에 할애한다.
축구를 하다 안경이 틀어졌다, 다른 곳에서 맞춘 안경인데 며칠 썼다고 코가 너무 아프다, 쓰고 다니다 보니 안경이 헐거워졌다. 이유는 제각각이나, 바라는 건 모두 같다. '다시 내 얼굴에 딱 맞는 안경으로 만들어 달라.'
다리·코 집게, 드라이버를 이용해 코 받침 높이와 너비를 교정하고 안경다리 벌림각을 줄인다. 안경 다리팁이 귓바퀴에 완만하게 걸리도록 꺾기도 한다.
길면 10분, 짧으면 5분. 무료라고 대충 하는 일은 없다. 쥐었다 폈다, 조였다 풀었다, 구부렸다가 돌렸다가. 늘 같은 자세, 반복되는 동작을 하다 보니 허리·어깨가 자주 뭉친다.
"제가 가진 기술이 이거니까. 그 기술 덕에 먹고살았으니까. 베풀어야죠. 불편함을 덜고 가는 뒷모습이 그렇게 좋네요."
값진 무료. 안경사의 손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