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봉암동 소종현 씨
눈 상태 점검·렌즈 제작 기본
얼굴형 맞춰 테 다듬기 반복

각막 곡률 반경, 눈 동공 거리, 눈 초점 높이, 아베수…. 낯선 용어가 흩뿌려진 이곳,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 있는 안경랜드다. 1990년 안경사 면허증을 취득한 후 '고객에게 가장 편한 안경을 맞춰주겠다'는 태도로 일해온 소종현(58) 씨가 두서없는 질문에 자신의 손, 일을 조리 있게 말해 준다.

안경사 하루는 어떨까. 소 씨는 많을 때는 하루 10명의 안경을 맞춰준다고 했다. 손님이 오면 우선 시력 굴절·3D 검사 등을 통해 기본적인 눈 상태를 살핀다. 얼굴형·유행 등을 고려해 손님이 안경테를 고르고 나면 검안 결과를 토대로 렌즈(안경알)를 맞춘다. 안경테와 렌즈가 하나 되도록 조제가공을 거치고 나면 손님에게 직접 써 보게 한 뒤 피팅 작업을 한다. 안경이 쉽게 흘러내리진 않는지, 너무 어지럽지는 않은지, 머리·귓바퀴에 거북함이 없는지 전체적으로 살피며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안경테 경사각을 세세하게 조정해 최적의 착용감을 찾는다. 이렇게 고객에게 딱 맞는 안경 하나가 완성된다.

여기까지는 '돈이 되는 일'이다. 그 외 대부분 시간, 안경사는 이미 만들어진 안경을 고치고 재피팅하는, '무료 서비스'에 할애한다.

▲ 소종현 안경사가 11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안경랜드'에서 고장난 안경을 수리하고 있다. 소 안경사는 많을 때는 하루 10명의 안경을 맞춰준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
▲ 소종현 안경사가 11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안경랜드'에서 고장난 안경을 수리하고 있다. 소 안경사는 많을 때는 하루 10명의 안경을 맞춰준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

축구를 하다 안경이 틀어졌다, 다른 곳에서 맞춘 안경인데 며칠 썼다고 코가 너무 아프다, 쓰고 다니다 보니 안경이 헐거워졌다. 이유는 제각각이나, 바라는 건 모두 같다. '다시 내 얼굴에 딱 맞는 안경으로 만들어 달라.'

다리·코 집게, 드라이버를 이용해 코 받침 높이와 너비를 교정하고 안경다리 벌림각을 줄인다. 안경 다리팁이 귓바퀴에 완만하게 걸리도록 꺾기도 한다.

길면 10분, 짧으면 5분. 무료라고 대충 하는 일은 없다. 쥐었다 폈다, 조였다 풀었다, 구부렸다가 돌렸다가. 늘 같은 자세, 반복되는 동작을 하다 보니 허리·어깨가 자주 뭉친다.

"제가 가진 기술이 이거니까. 그 기술 덕에 먹고살았으니까. 베풀어야죠. 불편함을 덜고 가는 뒷모습이 그렇게 좋네요."

값진 무료. 안경사의 손이 바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