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440명·전체 헌혈자 중 7%
업무공백 우려 공무 휴가 못 써
기관 평가 반영·제도 정착 제안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경남 도내 주요 공공기관의 헌혈공가제 활용 실태를 살폈다. 지난해 도내 공무원들의 혈액 수급 안정화 기여도는 컸지만, 헌혈 공가를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으로 전국 혈액 수급은 위기를 맞았다. 전봉민(무소속·부산 수영구) 국회의원이 받은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헌혈자(243만여 명)는 2019년(261만여 명)보다 6.8% 줄어들었다. 헌혈자 감소폭은 2018년 1.2%, 2019년 2.5%이었다 지난해 크게 치솟았다.

경남지역도 같은 기간 전에 없는 혈액 수급 위기를 맞았지만, 헌혈자 감소폭은 전국보다 덜했다. 경남혈액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도내 헌혈자는 13만 1089명으로, 2019년(13만 2957명)보다 1.4% 감소에 머물렀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원인 중 하나는 도내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헌혈에 참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경남 공무원 헌혈자는 9440명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2019년(6329명)보다 49.1% 증가했고, 전국 공무원 헌혈자 비중(5.3%)보다도 높다.

국가·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는 혈액관리법에 따른 헌혈 참여 때 필요한 기간에 대해 공무휴가(공가)를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제처는 지난해 각 공공기관의 헌혈 공가 관련 취업규칙이 없더라도, 법에 따라 공가를 승인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공가는 몸 상태에 따라 반나절 또는 하루를 사용할 수 있다.

공무원 헌혈 참여율이 높아진 만큼, 헌혈공가제 활용 빈도도 높아졌을까? <경남도민일보>는 도내 헌혈의 집이 위치한 창원시·진주시·김해시와 국립대학, 경남경찰청, 경남교육청 등 주요 공공기관에서 2017~2021년 4월까지 정원 대비 헌혈 공가를 신청한 공무원 수가 얼마나 되는지 살폈다. 전체적으로 헌혈 공가제 활용률은 높아진 공무원 헌혈 참여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 대비 헌혈공가 활용자가 가장 많은 곳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이었다. 2020년 정원(150명) 대비 13.3%(20명)로, 정보공개를 신청한 곳 중 가장 높은 활용도를 보였다. 하지만, 뒷순위와의 격차는 컸다. 같은 해 경남도(2.9%), 경상국립대(3.01%), 김해시(1.99%), 창원시(0.67%), 진주시(0.48%), 경남경찰청(0.04%), 경남교육청(0.02%) 순으로 헌혈공가 제도가 거의 활용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진주지청, 창원대, 진주교대는 헌혈 공가 활용자가 1명도 없었다. 경남도 사례를 살펴보면, 경남도 헌혈공가 활용자는 2020년 173명으로, 전년(24명)보다 대폭 늘었다. 이중 126명이 경남소방본부 소속이다. 각 지역 소방서 헌혈버스 방문이 늘어나면서 헌혈공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보인다. 경남도청 헌혈행사 일정과 대조하면, 나머지 참여자들도 대부분 단체 헌혈 참여자다.

173명은 다른 공공기관보다 훨씬 높은 수치지만, 비중으로 따지면 2020년 경남도청 공무원 정원(5962명) 대비 2.9%에 불과하다. 정원 대비 헌혈 참여자 자체가 적은 영향도 있겠지만, 헌혈에 참가하고도 공가를 내지 않은 일이 더 많다. 실제 경남도는 지난해 본청·서부청사·도의회에서 총 9회 헌혈 행사를 진행해 502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헌혈 공가 활용자는 그에 못 미치는 점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헌혈의 집을 방문하고자 공가를 활용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헌혈을 할 때 보통 주말을 이용한다는 공무원 ㄱ 씨는 "공가 제도를 활용할 것을 안내하는 공문이 오기도 하지만, 업무 공백이나 상사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라며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헌혈 공가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해 주거나, 각 기관 성과지표에 헌혈공가 활용률을 반영하면 제도가 정착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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