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고개를 든다. 턱까지 찬 숨을 한 번에 몰아쉰다. 거칠게 새어나온 입김에 마스크가 들썩인다. 뱉었던 숨을 한껏 들이마시며 마스크를 고쳐 쓴다. 흐트러진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한다. 이내 고개를 떨구고 굽은 허리를 더 깊숙이 숙인다.

한 발짝, 한 발짝 더딘 걸음을 옮긴다. 바퀴만 겨우 내민 손수레가 힘겹게 밀린다. 켜켜이 쌓은 폐지 위에 제법 뜨거운 햇살이 쏟아진다. 앙상한 팔과 다리가 미세하게 떨린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일상은 그저 무겁기만 하다. 고단하지만 버틸 수밖에 없다. 현실이 버거울수록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 또한 놓지 않는다.

느리지만 끈질기게 앞으로 향한다. 각자의 공간에서 저마다 떠안은 삶의 무게를 지탱하는 것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한 무게에 짓눌려도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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