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육이 그러하듯 문학교육도 작품 자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 무엇인가를 깨닫고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생활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그렇기에 교과서에 실린 전문가(기성작가)들의 판에 박힌 문학작품보다 학생들 중심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텍스트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생활을 반영한 작품, 같은 수준의 학생들 작품,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 문학교육 현장에서 더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20회째를 맞은 경남청소년문학대상 수상작들은 청소년 문학교육용 작품으로 알맞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정체성과 육체적·정신적 성장, 가족관계, 교우관계 등과 관련된 제재를 주로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학은 현실에서 벗어나 교과서 속에 박제된 것이 아니라 삶과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응모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학교별 단체 응모작이 많았기 때문인데, 고등부 221편(운문 93, 산문 128), 중등부 566편(운문 303, 산문 263) 등 총 787편이었다.

고등부 대상작 <위성에게>(운문)는 친구와의 추억을 통해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위성'은 친구 이름이면서 동시에 나의 주위를 돌던 위성(별)을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이다. 나는 친구에게 행성이고 친구 또한 나에게 위성 같은 존재였으므로 서로 강력하게 끌어당김으로써 소중했음을 표현한 수작이다. 운문 으뜸작 <물속의 조약돌>은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연마의 과정을 잘 드러내었다. 산문 으뜸작 <나는 곱슬머리>는 단점이라고 여기고 싫어했던 곱슬머리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된 계기를 자연스럽고 유려한 필치로 표현하였다.

중등부 대상작 <2016년 무더운 7월의 어느 날>(산문)은 외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상황과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해낸 데다가 차분한 문장력이 돋보여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운문 으뜸작 <행복 맨션>은 흔하게 흘려보기 쉬운 담장의 이끼와 얼룩진 벽지 등 생활공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다. 산문 으뜸작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급작스러운 할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장례식장의 모습을 안정감 있는 잔잔한 문체로 그려내었다.

수상자를 가려내야 하는 공모전이므로 구분하고 평가를 했으나 작품들 간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수상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고 너무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꾸준한 정진과 습작만이 좋은 작품을 낳는다.

◇심사위원장 = 하아무

◇심사위원 = 송염만, 허영옥, 장인숙, 이기영,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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