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자치단체장 기자회견 열고 문체부 장관 수도권 언급 규탄 "정부 문화분권 의지 안 보여"

"수혜 인원과 접근성만 고려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발언은 철회돼야 한다."

의령군과 진주시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조규일 시장과 오태완 군수가 31일 오후 의령군청에서 미술관 수도권 건립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지방을 홀대하는 문화정책은 사라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 시장의 제안으로 이뤄진 이번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단체장은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은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거스르고, 관람자의 접근성만을 고려한 단편적인 사고에서 기인한 것으로 21세기 국가발전 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우매한 문화정책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국정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는데, 이번 미술관 지방 설치야말로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미술관 남부권 건립은 '문화 분권을 통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박물관·미술관 진흥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집중현상은 현재도 가속화하는 실정"이라며 "지방은 미술관과 콘텐츠 부족으로 문화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데, 실질적인 문화 분권을 위해서는 문화혜택이 부족한 지방에 새로운 문화시설을 과감하게 확충해야 한다"며 이것이 '수도권 문화독점 방지이자 문화 분권을 통한 문화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이날 두 지자체장의 공동 기자회견은 미술관 유치를 표방한 진주시와 의령군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기자들의 질문도 '만약 남부권 유치가 성사된다면 이후에는 어떻게 대응할지'에 쏠렸다.

두 단체장은 "지금은 지방으로 미술관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만약 미술관이 남부권으로 오게 된다면 이후 새롭게 대응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주와 의령은 지리적으로 남강과 함께 지역 문화와 예술 꽃을 피워 온 이웃"이라며 "진주시와 의령군은 기증 기업의 창업정신과 경영철학, 사회 환원의 뜻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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