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이현 조구 신사서 보관
나라시 한 문화재연구소 반출
부식 방지·생산지 조사 등 진행

임진왜란이나 그보다 앞선 시기에 일본이 한국(진주)에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되는 '연지사 종'의 보존처리가 이뤄진다.

29일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후쿠이(福井)현 쓰루가(敦賀)시 조구(常宮)신사에 있는 일본 국보 '조선종'(朝鮮鐘)이 최근 보존처리를 위해 나라(奈良)현 나라시 간고지(元興寺) 문화재연구소로 반출됐다는 것이다.

이 종이 일본에 건너간 뒤 신사 밖으로 나가기는 처음이다.

반출 이유는 녹으로 말미암은 부식을 막는 보존처리와 함께 전래 과정·생산지를 밝히는 조사 작업을 위해 약 1년간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지사 종은 일본에 있는 한국 범종 가운데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됐다. 국내에는 9세기 명문 범종이 없는데, 통일신라시대 범종 양식 연구를 할 때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연지사 종은 일본에서 발행된 <국보사전>에 종의 높이는 111.5㎝이고, 밑지름은 66.6㎝로 기록돼 있다. 표면에 '태화칠년삼월일청주연지사'(太和七年三月日菁州蓮池寺)라는 명문(銘文·금석에 새긴 글자)이 있다. '태화칠년'은 833년(신라시대)을 의미하며, '청주'는 오늘날 진주(晉州)를 뜻한다.

▲ 지난 2016년 일본 조구 신사에서 열린 연지사종 타종 행사에서 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 대표자들이 타종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 2016년 일본 조구 신사에서 열린 연지사종 타종 행사에서 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 대표자들이 타종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또 국보사전은 "일본에 있는 조선종은 대부분 중요문화재나 중요미술품으로 지정됐는데, 이 종은 제작 시기에 관한 명문이 있는 가장 오래된 종"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전래 과정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임진왜란 당시 쓰루가 성주였던 오타니 요시쓰구(大谷吉繼)가 조선에 출병했다가 가져간 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명으로 조구신사에 봉납했다고 전한다. 일부에서는 임진왜란 전에 왜구가 약탈했다고 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명문(菁州蓮池寺)을 근거로 이 종을 '연지사 종'이라고 부른다. 진주지역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환수 내지 보존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는 활용과 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는 그동안 일본 연지사종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일본 현지를 수차례 방문하고,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학술대회 등을 통해 연지사종의 보존상태를 지적해왔다.

국내 범종 연구 권위자인 동국대 최응천 교수는 지난 2018년 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 주최로 열린 연지사종 조사 결과 학술강연회에서 "연지사종 보존상태가 심각해 하루빨리 보존처리가 필요하다"며 "가장 심각한 건 원래부터 종을 달았던 용의 목 부분으로서 원 상태에 비해 부식과 마모로 보존처리가 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신 곳곳에서 발견되는 청동 녹이 심각한 문제"라며 "이 녹의 일부는 안쪽까지 진행돼 일부에는 구멍까지 나있는 매우 좋지 않은 청녹병(파티나)으로 판단된다. 이런 청녹병은 종신 상부 명문 주위, 연곽 내 연뢰부분 앞뒤의 비천상 일부와 상대·하대의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긴급한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 대표인 정혜 스님은 "일본 내에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우리 단체를 중심으로 보존과 관리 실태를 지적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보존처리가 시급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번에 보존처리에 들어간 것에 대해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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