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38곳 뭉쳐 매주 장터 운영
온라인 시장 확대·코로나 타격
판매 행사·제품 다양화로 대응
"상생·지역경제 보탬 되고파"

12년 전, 경남지역 농민들은 새로운 유통 경로에 목말라 있었다.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인건비도 못 건지고 헐값에 처분해야 했고, 소비자 가격이 좋아도 농산물 경매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여러 차례 거치는 유통 구조 때문이었다. 공판장 외엔 딱히 농산물 판매를 맡길 데가 없었고, 직접 팔자니 매일 농사일도 바쁜데 시장에 나갈 수도 없었다.

이런 농가의 불편을 덜고 수익 증대를 위해 2009년 3월 경남농협이 농축산물 유통혁신의 하나로 경남농협본부 앞에 농민 직거래 장터를 개설한 게 경남농특산물금요생생마켓협동조합(이하 조합)의 뿌리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에서 30년 넘게 버섯 농사를 지어온 이서영 경남농특산물금요생생마켓협동조합 회장은 조합 설립 때부터 함께했고, 3대 회장을 맡고 있다.

-조합 소개를 해달라.

"우리 조합은 기존 경매, 도매, 소매 등 중간 유통과정을 없애고 생산자가 직통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의 직거래 장터다. 중간 유통과정이 사라지면 생산자는 수수료 걱정 없이 조금 더 이익을 보전할 수 있고 소비자는 싱싱한 농특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해마다 경남도가 2000만 원, 농협중앙회가 1000만 원을 지원한다. 금요일마다 창원시 성산구 토월대동아파트 광장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예산이 줄었다. 조합원은 경남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 38명이다."

▲ 이서영 경남농특산물금요생생마켓협동조합 회장.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이서영 경남농특산물금요생생마켓협동조합 회장.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농가 38곳이 조합원인데 직거래 장터에는 농민들이 많아 보이진 않는다.

"한창 농사철이라 일손이 바빠 참여율이 높진 않다. 창원과 가까운 농민이면 매주 나올 수 있지만 하동, 양산, 거창 등 거리가 먼 지역의 농민은 매주 참석하진 않는다. 수확기가 되면 더 좋은 상품들을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찾아가겠다."

-조합이 운영하는 장터 특색은.

"버섯, 배, 멜론, 우렁이, 사과 등 경남지역 14개 시군의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전부 손질, 포장이 완벽하게 된 제품이다. 매대마다 가격표, 원산지, 특허, 식품 허가 등을 표시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판매한다. 생산자들이 애지중지 기른 특산물이라 상품 가치를 믿을 수 있다. 이번달엔 특별히 21일에 이어 28일 12주년 경품행사를 한다. 장터에서 농가별로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준다. 도장을 3개 모으면 농가에서 준비한 선물을 골라갈 수 있고 5개를 모으면 농가 선물 2개와 경품 추첨 기회를 얻는다. 1~3등 각 1명, 4등 5명, 아차상 10명에게 창원사랑상품권 1만~30만 원권을 준다."

-코로나19로 장터를 열지 못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11년간 경남농협본부 앞에서 장터를 열어왔으나 본부에 로컬푸드매장이 따로 생기면서 직거래 장터가 분리됐다. 이후 2019년 창원시 협조로 창원국제사격장 광장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었고,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하며 7개월 동안 열지 못했다. 한 번 열면 농가마다 평균 매출이 50만~100만 원 나오는데 오랜 기간 열리지 못해 판로 찾는 데 애를 먹었다."

▲ 지난 21일 오전 창원 토월대동아파트 원형광장에서 열린 직거래 장터.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지난 21일 오전 창원 토월대동아파트 원형광장에서 열린 직거래 장터.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창원시 성산구 토월대동아파트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파란만장한데.

"창원국제사격장 광장 터가 넓고 좋았지만 사실 주 소비층인 60대 이상이 오기 힘든 곳이었다. 자동차를 운전해 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장터는 동네 앞에 구경 오듯 자연스럽게 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적당한 규모를 찾다가 토월대동아파트 내 원형 광장을 입주민들 동의 아래 임시로 임차하기로 했다. 다행히 입주민을 비롯한 시민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있다."

-금요장, 오일장, 상설시장 등 현장 시장들이 점차 쇠퇴하고 있는데.

"우리 조합이 여는 금요생생마켓에 초창기 30여 농가가 참여했었다. 한창일 때는 농가 43곳이 참가하면서 규모를 키웠으나 온라인 판매, 배송 서비스가 발달하고 코로나로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이중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판매 행사를 열고 있으며 더 많은 볼거리,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함양항노화엑스포 상품, 공예품 등 구색도 맞추고 있다. 현금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창원사랑상품권, 제로페이 결제도 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를 하는 조합원도 있으나 매주 안정적인 판로를 열고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장터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 장터가 열리는 위치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 입주민, 단골 소비자를 제외하고는 방문이 어렵고 잠재 소비자를 만나기 어렵다. 창원시설관리공단과 창원시 협조 아래 창원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물색하고 있다. 적절한 장소로 가면 직거래 장터 규모를 키워 도내 농가와 소비자 상생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싶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