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운영 공공재 역할 강조
"대형 제작사 대관료 특혜 구조 지역예술인에 혜택 돌아가야"
성악 경력 40년 기대-우려 공존
"재단 이사장 지낸 경험 있어 주인 의식 갖고 최선 다할 것"

임웅균(66) 창원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를 21일 창원 성산아트홀 3층 집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임명장을 받은 10일부터 상근 대표이사로 업무를 시작하며 2년 임기의 출발을 알렸습니다. 40여 년간 성악가로 지내온 그에게 한국예술종합학교 퇴임 이후 창원문화재단을 이끄는 수장으로 온 계기와 각오를 들어 봤습니다.

◇문화재단 감시 필요 = 임웅균 대표이사는 창원문화재단의 주인은 시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재단은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하는지 계속 감시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심스럽지만 강력하게 말씀드립니다. 문화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저는 반대합니다. 재단의 경우 감시 채널이 작동 안 되면 방만한 경영이 지속될 우려가 있습니다.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공간이지만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감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 대표이사는 부서별로 업무현황을 파악하면서 '주인 의식'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월급은 시민이 주는 것이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며 "자리 지키며 일하지 않으려 마음먹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 문화 자산 더 알려야 = 임 대표이사는 창원이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문화 자산이 많은 곳이라고 봤다. 특히 내년 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에 발맞춰 추진단과 협력해 재단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신 선생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각가인데 전국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늘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높지요. 유럽에서 문신 선생에 대해 헌정한 곡이 있을 정도입니다. 독일 바덴바덴에서 조각전이 열렸을 때 바덴바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문신 선생의 작품을 음악적으로 표현해 헌정곡을 내기도 했었지요."

도시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문화예술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또한 문화예술은 한발 앞서 나가는 진보적 흐름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콘택트에서 언택트로 전환, 뉴노멀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흐름에 발맞춰 콘텐츠를 발굴하고 스토리텔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임웅균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가 21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표이사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임웅균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가 21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표이사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대관료 차등 적용 고민할 때 = 임 대표이사는 공공재 성격의 예술회관 대관료를 시민·지역예술인 외에 민간 프로덕션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점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대관료가 턱없이 저렴합니다. 이 때문에 외부 민간 공연 프로덕션이 오히려 특혜를 보는 구조입니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오히려 그들의 수익 창출에 도움을 주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창원시민과 예술인에게 대관을 한다면 무료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임 대표는 뮤지컬 <캣츠> 등 외부 대관이나 전국 투어를 하는 대형 가수들 콘서트 무대 대관료가 100만 원 정도에 그친다는 점은 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예술의 전당의 경우 하루 대관료가 대개 1000만 원이 넘는다고 전했다. 창원 성산아트홀의 경우 극장이 아날로그 상태이지만, 창원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의 경우 컴퓨터 제어 시스템인 신식 극장임에도 대형 프로덕션에 대한 턱 없이 적은 대관료 책정은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부 좋은 작품이 오는 기회를 막는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막는 것이 아닌 게 외부의 좋은 작품 공연·전시 기획 초청 예산은 다 잡혀 있습니다. 그들의 상업적인 판을 도와주지는 말자는 게 기본 마인드입니다. 외부 좋은 공연을 우리 예산으로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연간 계획 속에 실행하고 있습니다."

'국민 테너'로 불리며 40여 년간 성악가로 살아온 임웅균.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교수 생활을 하고 연주활동으로 나이테를 넓혀왔기에 재단 운영이라는 면에서 경험적으로 부족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공모 과정서 면접 때도 받았다고 전했다.

임 대표이사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을 지낸 경험을 들어 행정적 리더 부분은 자신 있게 소화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첫째는 당시 재단 직원이 120명, 현재 창원문화재단 직원이 140여 명인 점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인력 규모가 유사한 점을 꼽았다. 둘째는 재단에서 수련관 2곳과 청소년인터넷방송을 운영하면서 시민의 공공재 역할을 하는 경험을 익혔다는 것이다.

◇책임감 있는 운영 약속 = 앞서 2년간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 자리가 비상임 체제로 운영되면서 소통 부분에 공백이 생긴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대표이사는 재단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 매일 20분 정도 거리를 걸어서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하고 있다고 말하며, 살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자리마다 제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에도 능력치를 최대한 투여해 일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임기가 끝날 때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직원들과 시민들이 아쉬워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다 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예술인으로 살아온 40년 경험에 비추어 그 사람의 빈자리에 아쉬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