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서울 사회적기업 어울리, 고시촌 열악한 주거 개선 목표
낮은 임대료·최장 10년간 계약…입주자·주민 공동체도 활성화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는 시민·사회단체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민간 임대주택이 있다. '사회주택'이라고 부른다. 사회주택은 기존 정부 주도 공공임대주택의 한계를 벗어나, 입주 희망자가 필요로 하는 맞춤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적기업 '어울리'는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일대 고시촌에서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자 사회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경인교대, 숭실대, 중앙대 등 대학생과 자취생이 많이 사는 곳이다. 어울리는 2018년 10월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청년 주거 문제와 관련한 정책활동을 해왔던 김수정 어울리 대표는 "문제 해결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회주택 전문기업을 설립했다"며 "단순한 임대주택이 아니라 주거 수준을 높이고자 10년 이상 운영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어울리는 낡은 건물을 새단장해 지난해 '에어스페이스' 1·2호점을 열었다. 12명씩 모두 24명이 살고 있다. 서울시 거주 무주택 청년이면서 전년도 도시노동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70%이하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입주할 수 있다.

1호점은 1~10년 계약 단위로 보증금 300만 원에 월 임대료 24만 9000~38만 5000원으로 지낼 수 있다. 1인실이 8개, 2인실이 2개다. 입주자 1인당 전용 공간 면적은 7.4~11.7㎡다. 면적에 따라 임대료 차이가 난다. 화장·샤워실, 발코니, 주방·식당은 공유한다.

김 대표는 "주변 고시원은 3.3㎡당 20만~25만 원으로 알고 있다. 에어스페이스와 같은 면적으로 비교하면 월 10만~20만 원 정도 차이나는 셈"이라며 "입주 청년들은 품질 대비 가격을 따지면 주변 시세의 80% 이하라고 느낀다고 말한다"고 했다.

▲ 사회주택 에어스페이스 2호점 공용 공간. /사회적기업 어울리
▲ 사회주택 에어스페이스 2호점 공용 공간. /사회적기업 어울리

이와 관련해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를 보면 지난 연말 기준 서울시 주택 평균 월세는 97만 원(보증금 9877만 원)이다.

고향이 대구인 권모(27) 씨는 관리비까지 포함해 월 36만 원을 내고 있다. 이전에 살던 고시원의 임대료는 월 40만 원이었다. 권 씨는 "고시원과 비교하면 시설과 관리 측면에서 에어스페이스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취업하려고 자취를 시작한 권 씨는 한 달에 한 차례 다른 입주민과 회식을 한다고 했다. 회식비는 어울리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권 씨는 "규칙이나 쓰레기 당번 등을 함께 정한다"며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낯선 서울 생활의 외로움을 덜었다"고 말했다.

다만, 에어스페이스 입주자 공동체(커뮤니티) 활성화 프로그램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김 대표는 "이전까지는 함께 영화를 보거나 여행, 텃밭 꾸미기 등을 운영했고 좀 더 체계적으로 해보려 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다"며 "3·4호점은 아예 별도 커뮤니티 공간을 꾸미고 있다. 입주자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김수정(맨 오른쪽) 어울리 대표가 에어스페이스 공용 공간에서 입주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어울리
▲ 김수정(맨 오른쪽) 어울리 대표가 에어스페이스 공용 공간에서 입주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어울리

특히 4호점에는 시민사회단체 '관악사회복지'가 입주하기로 했고, 전시회·벼룩시장·요리교실·독서모임·영화제 등을 인근 주민과 함께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수도권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적다. 그래서 입주 경쟁이 치열한데 입주 자격과 기준이 까다로워 입주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 결혼 문화 변화 등으로 청년의 주택 수요는 점점 다양해지는 데도 공공임대주택은 그에 발맞춰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울리는 공유형이 아닌 독립 공간을 보장하는 3·4호점을 각각 12·13가구로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공급면적 50㎡형을 신혼부부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사회주택 공급과 관련해 토지임대부 지원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연간 토지임대료는 땅값의 2%인데 과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토지 임대 기간 30년 중 10년 치 임대료의 1%를 보조해준다.

김 대표는 "준공을 앞둔 3호점은 연간 4000만 원 정도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 입주자 임대료를 더 낮추려면 토지 임대료 인하가 필요하다"며 "경기도는 1%로 서울시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사회주택이 법제화돼 있지 않아 지역마다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또 커뮤니티 프로그램 전문 인력을 지원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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