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강연
북한 스마트폰 세대 등장 주목
"사회문화 변화 속 실리 추구"

"북한 사람을 찍은 사진에 이런 장면이 있다. 고교생·대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다. 그리고 중장년 세대는 그 옆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그걸 지켜보고 있다. 북한 역시 세대 간 단절 속에서 한편으로 디지털 사회 시스템을 마련해 가고 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이 지난 6일 경남연구원에서 '북한의 세대교체와 사회문화의 변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정 소장은 북한 세대교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세대 특성을 파악하면 정책 흐름과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정 소장은 현재 북한 변화 의지는 '세계적 추세' '실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봤다.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라는 구호가 이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김정은(1984년생) 국무위원장, 김여정(1988년생) 노동당 부부장은 북한 4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디지털 문화를 접하기 시작한 세대라는 것이다.

정 소장은 "북한도 디지털시대에 맞는 사회 시스템을 마련하는 단계에 와 있고, 그 바탕에 스마트폰·컴퓨터에 적응한 세대의 등장이 있다"며 "결국 그것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이다"고 말했다.

▲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이 지난 6일 경남연구원에서 '북한의 세대교체와 사회문화의 변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남석형 기자
▲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이 지난 6일 경남연구원에서 '북한의 세대교체와 사회문화의 변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남석형 기자

정 소장은 2000년대 이후 북한 내부 사회 변화상을 전했다. 2000년대 중반 '내 나라'라는 포털 사이트가 등장했고, 현재 인터넷 쇼핑몰 회사도 여럿 운영 중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와 같은 택배 시스템은 없어 오토바이·자전거로 간단히 배달하거나, 주문자가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신문 역시 스마트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노동신문 오프라인 발행 부수가 많을 때와 비교해 절반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정 소장은 "75년간 단절된 남과 북의 동질성 회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라며 "현대적 추세에 맞는 문화,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다양한 문화에서부터 이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남북경협에서도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희망만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소장은 "이제 개성공단과 같은 꿈의 시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도 북남·북중·북러·북미 관계 속에서 균형적 사고를 하고 있기에, 남북경협도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우선순위가 뭔지를 빨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역시 철도와 같은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그에 맞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접근법도 언급했다. 정 소장은 "북한이 각 특성을 지닌 28개 경제특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며 "여기 경남은 산업 특성상 어떠한 특구가 맞을지, 그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전문기자 출신으로,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통일부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번 강의는 경남도·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주최하고 경상남도 남북교류협력연구센터가 주관하는 '2021 남북경협 전문가 양성 과정' 가운데 하나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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