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평양성 8폭 병풍 등 조명
150년 전 닮은꼴 풍경 한자리

150여 년 전 진주와 평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남가람박물관 제1전시실에 차려진 진주성과 평양성을 그린 그림을 보고든 생각이다. 상단에 쓱쓱 그려진 산 모양의 선 자락과 그 밑으로 성이 자리잡은 모습이 오밀조밀한 인상을 준다. 멀리서 볼 땐 밭을 그린 것인지, 성을 표현한 것인지 종잡기 어렵지만, 앞에 다가서면 성과 일대 풍경이 그려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각도에 따라 입체적으로 표현된 외관이 다른 인상을 줘 보는 재미가 새롭다.

진주성과 평양성이 그려진 병풍 2개는 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8폭짜리다. 현재 진주 내동면 삼계리에 있는 남가람박물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두 병풍 속엔 진주성의 대표적 건축물인 촉석루와 운주헌, 동헌과 향교를 비롯해 평양부성과 평양의 북성 밖 풍경, 자연 경관 등이 차례로 담겨있다. 왼쪽 첫 폭부터 옆으로 한 폭 한 폭 시선을 옮겨보면 조선 후기 양반가 사대부들이 사랑한 도시 진주와 평양의 옛 모습이 드러난다. 진주에 남강이 있듯이 평양에는 대동강이 흐르고 진주의 촉석루처럼 평양은 부벽루를 자랑하는데, 작품 면면에서 그 당시 진주와 평양의 풍경, 관아의 위치 등을 엿볼 수 있다. 진주와 평양 사람들이 일궈온 삶의 흔적을 표현한 결과물이 이 병풍들인 셈이다.

▲ 19세기에 8폭짜리 병풍으로 제작된 진주성도.  /남가람박물관
▲ 19세기에 8폭짜리 병풍으로 제작된 진주성도. /남가람박물관
▲ 19세기에 8폭짜리 병풍으로 제작된 평양기성도.  /남가람박물관
▲ 19세기에 8폭짜리 병풍으로 제작된 평양기성도. /남가람박물관

주변엔 작품 설명과 함께 평양성과 진주성에 관한 세부설명이 적힌 작업이 전시돼 있다. 각종 지형지물과 건물의 명칭을 표기하고 설명을 덧붙인 작업도 전시장에 채워졌고, 19세기와 20세기 진주성 촉석루 전경을 그려낸 그림도 같은 공간에 여럿 나와 있다. 각 도의 지리와 풍속 등을 기록한 지리서 <동국여지승람>에는 '북평양 남진주'라는 말이 나오는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름 높은 고장으로 옛사람들은 남에서는 진주를, 북에서는 평양을 손꼽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진주와 평양을 그려낸 병풍을 한 자리에 공개하는 특별전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비롯해 고려시대 불상과 근대 서화, 도자기, 토기, 부채, 공예, 목가구 등 작품 140여 점도 함께 보여준다. '오래된 미래 Ⅱ(The aesthetics from the old past Ⅱ)'라는 이름으로 지난 4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남가람박물관이 2020년 6월 11일 개관하면서 첫선을 보인 개관전 '오래된 미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기획이다. 제1전시실 '진주와 한국의 아름다움', 제2전시실 '붓끝으로 춤을 추다', 제3전시실 '나무코 미술가들', 제4전시실 '흙에서 피어난 생명'이란 소제목을 달고 옛것의 아름다움을 각 전시실에서 조명하고 있다.

남가람박물관 이성석 관장은 "우리 선대의 오래된 미학적 아름다움, 그것의 역사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를 조명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전시를 통해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는 우수성을 시민들이 잘 알고 이해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2월 6일까지. 남가람박물관(055-762-8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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