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호 따라 호젓하게 즐기는 32㎞
나지막한 산이 감싼 호수 정취 일품
때아닌 강풍에 고생 냉면 한그릇 뚝딱
남강 자전거길 접어들자 산들바람
진주성과 의암바위 한눈에 들어와

진주시는 '자전거 도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도심 중앙을 가로지르는 남강 둔치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기점으로 시내 곳곳이 사통팔달 연결돼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자전거도로의 총연장이 200㎞가 넘는다.

구도심을 제외한 혁신도시와 평거동 등 신도심을 중심으로 자전거도로가 잘 만들어져 자전거 이용이 편리하다. 철로의 기능을 잃은 옛 경전선도 자전거도로로 새롭게 단장됐다. 진주시 자전거도로는 인근 지역까지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자전거도로가 완공되면 산청과 사천을 자전거로 다녀올 수 있다. 자전거유람단은 진주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남강 둔치와 자전거도로는 없지만 호수 풍광을 즐기며 호젓하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진양호 구간(32㎞)을 다녀왔다. 총 거리는 55㎞로 이제 막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입문자도 4시간이면 충분히 돌 수 있다.

▲ 진양호. 호젓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담아 둔 온갖 상념을 떨치게 한다.  /최석환 기자
▲ 진양호. 호젓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담아 둔 온갖 상념을 떨치게 한다. /최석환 기자

◇호반의 풍광을 누리는 라이딩

출발지는 남강댐 인근에 있는 진주노을공원이다. 진주 시민들이 자주 찾는 휴식공간으로, 넓은 주차장 시설은 다른 지역에서 자전거를 싣고 오는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안성맞춤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노을공원 맞은편 나지막한 산에는 물박물관과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어 잠시 들르기로 했다. 노을공원에서 물박물관까지는 200m 정도인데 차량으로 갈 수 있다. 길지 않은 오르막 도로지만 정상까지는 제법 페달에 힘을 가해야 한다. 아쉽게도 코로나19 탓에 물박물관은 임시휴관이었다.

물박물관 앞에는 발전용 터빈으로 꾸민 독특한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그 옆에 설치된 전망대에 서면 거대한 구조물인 남강댐과 시원스럽게 펼쳐진 진양호가 내려다보인다. 남강댐 방향으로 길게 뻗은 '귀곡동', '까꼬실'로도 불리는 곳은 진양호 정취 중의 하나다. 공교롭게도 1969년 남강댐 건설로 상당수 마을이 수몰되는 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그래서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영원히 물밑으로 떠나보낸 실향민들에게 까꼬실은 마음의 고향으로 여겨진다.

물박물관을 뒤로하고 노을공원 옆으로 난 자전거도로를 따라 본격적인 라이딩에 나선다. 진양호를 한 바퀴 도는 코스이기에 무조건 오른쪽으로 돌면 된다. 짧은 자전거도로를 벗어나 4차로 국도를 따라 남강댐 사천방류구 쪽으로 향했다. 사천방류구 앞 교량에서 홀로 자전거를 타는 이를 우연히 만났다. 진해에 사는 사람으로 하동으로 간다고 했다. 길을 제대로 몰라 휴대전화에 있는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혼자 가는 중이었다. 진주에서 하동까지 자전거로 종종 다녀온 터라 안전하게 구도로로 가는 방법을 알려줬다. 다시 자전거를 재촉하며 진양호 방향으로 페달을 돌렸다.

도로 중간에 삼거리가 나오면 도로표지판에 적힌 수곡면·대평면 방향으로 가면 된다. 한국수자원공사 진주취수장 입구를 지나면 2차로 도로를 따라 진양호의 멋진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지막한 산이 감싼 잔잔한 호수는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담아 둔 온갖 상념을 떨치게 한다. 살며시 곧게 뻗은 평탄한 도로는 하체의 가벼운 힘만으로도 자전거 속도를 올려줬다.

출발 6㎞ 지점에 있는 진수대교에서 잠시 쉬었다. "얼마 왔다고 벌써 쉽니까!" 동료가 얄미운 소리를 해댔지만, 진양호 구간에서 커피와 음료를 파는 유일한 푸드트럭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커피로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진수대교를 건넜다.

◇지독한 강풍에 아찔한 라이딩

진수대교 중간 지점에서 태풍 급이라고 할 정도로 강풍을 만났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지독한 맞바람 탓에 좀처럼 나아가질 못했다. 바람에 휩쓸려 갈듯이 자전거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간간이 지나가는 차량이 몸을 더 움츠러들게 했다. 무사히 진수대교를 건너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았다.

10㎞ 지점에 도착하자 사거리가 나왔다. 왼쪽으로 가면 수곡면이고 오른쪽은 까꼬실 방향이다. 까꼬실은 4㎞ 거리로 흙과 자갈이 섞인 비포장도로라서 산악자전거로 가야 한다. 3·1운동 애국지사인 정준교 선생의 묘지도 이 방향에 있다. 사거리를 지나자 100m가량의 오르막이 나왔다. 어렵지 않게 고개를 넘어 대평교를 건너 진양호 구간 중간 지점인 청동기박물관에 도착했다. 이 일대에서 발견된 청동기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역시 코로나19 탓에 임시휴관이다.

청동기박물관 인근에서는 자전거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호수변을 따라 청동기박물관에서 명석면 오미마을까지 8㎞를 자전거도로로 연결하는 공사다. 산청군이 현재 추진하는 '경호강 100리 자전거도로'와 연결된다고 한다. 몇 개월 후에 공사가 마무리되면 도로를 오가는 차량을 신경 쓰지 않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딸기 생산지로 유명한 대평면의 회전교차로에서 오미마을을 거쳐 성불사로 곧장 달렸다. 바람은 어느새 잠잠해져 자전거 속도가 빨라졌다. 서현마을회관(23㎞)을 지나면 진양호 구간에서 가장 긴 고개가 나온다. 200m 조금 넘는 거리지만 자전거에 갓 입문한 이에게는 쉽지 않은 구간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쉬엄쉬엄 오르면 어느새 고갯마루에 서게 된다. 고개 내리막 도로를 곧장 내려오면 상촌마을이 보이고 중촌마을로 이어진다. 상촌마을과 중촌마을 사이 짧은 오르막을 지나자 진양호 풍광은 온데간데없이 한적한 시골 풍경이 나타났다. 중촌마을에서 진양호공원 옆 도로를 거쳐 평거동 인근 식당에서 냉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진양호 구간만 돌고 싶다면 진양호공원에서 1㎞ 정도 떨어진 노을공원으로 원점 회귀하면 된다.

▲ 자전거 유람단원들이 촉석루 맞은편 남강 변을 달리고 있다.  /서동진 기자
▲ 자전거 유람단원들이 촉석루 맞은편 남강 변을 달리고 있다. /서동진 기자

◇진주성과 남강을 느끼는 라이딩

점심을 먹은 식당 인근은 신도시 조성지로, 인도에 자전거길이 함께 조성돼 있다. 그 길을 따라 남강변 자전거도로로 접어들었다. 평일인데도 남강변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편안하고 안전한 자전거도로를 따라 주행하며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남강 주변 경관을 눈에 담는 호사를 누렸다. 천수교를 건너지 않고 곧장 진주성 바로 옆 자전거도로로 향했다.

이곳에는 서울 인사동과 비슷한 거리가 있다. 이름도 똑같이 인사동이다. 서울 인사동에 비하면 소소하지만 거리에 진열된 다양하고 독특한 골동품이 발길을 잡는다. 인사동 거리를 막 지나면 임진왜란 3대 대첩지인 진주성의 공북문과 정문으로 이어진다.

진주성 정문에서 뒤벼리 아래 자전거도로를 거쳐 약 3㎞를 가면 반환점인 진양교다. 진양교를 건너 남강변 자전거도로로 다시 들어섰다. 진주성과 논개의 의기가 서린 의암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줄곧 달려온 여정의 피곤함을 달랜다. 여기에서 종착지인 노을공원까지는 7㎞다. 희망교를 건너 남강댐 앞 자전거도로를 거쳐 200m의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면 나타나는 노을공원이 여정의 끝을 알린다.

▲ 육전 고명이 올라간 진주냉면. /최석환 기자
▲ 육전 고명이 올라간 진주냉면. /최석환 기자

◇볼거리 = 진주시 내동면에 있는 '남강댐 물 문화관'(055-760-1266)에서는 진양호와 진주시가지의 시원한 풍광을 함께 눈에 담을 수 있다. 남강변 생활상부터 남강댐 건설 역사까지 전시한 공간이다.

대평면에 있는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055-749-5172)은 보기 드문 청동기시대 전문 박물관이다. 유물과 입체 영상, 재현 모형 등으로 남강 유역에서 발달한 청동기시대 문화상을 엿볼 수 있다. 이용료는 성인 1000원, 어린이·청소년·군인 500원이다. 전시 공간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문을 닫고 있을 수 있으니 전화 문의 이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먹거리 = 자전거 유람단은 평거동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점심으로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먹었다. 진주냉면은 해물 육수와 육전 고명이 특징이다. 소 사골과 양지육 등을 쓰는 평양냉면과 달리 멸치, 바지락, 건홍합, 마른 명태 등 해산물에 표고버섯을 넣어 만든 국물은 깊고 시원하며, 면 위에 올린 육전은 풍성함을 더한다. 1994년 북한에서 펴낸 책 <조선의 민족전통>에 '랭면 가운데서 제일로 일러주는 것이 평양랭면과 진주랭면이었다'라고 할 정도로 진주냉면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음식이다.

이번 유람에서 지나쳐간 진양호 삼거리 인근에는 통닭집이 모여 있다. 매콤한 양념에 닭과 채소를 버무린 닭찜 또한 가족, 지인과 함께 즐기기에 알맞다.

◇놀거리 = '남가람공원 대나무숲'은 멍하니 자연의 움직임을 음미하기에 좋은 장소다. 맑은 날 산책길을 걷고 강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으면, 남강은 윤슬로 눈이 부시고 대나무숲은 바람에 흔들거리며 귀를 간질인다.

둘레 1760m인 '진주성'(055-749-5171)과 국립진주박물관 주변도 산책 명소다. 진주성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군인 1000원, 어린이 600원이다. 특히 성 남쪽 석벽 위에 지어진 촉석루는 '진주8경' 가운데 제1경이다. '국립진주박물관'(055-740-0698)은 임진왜란 당시 유물을 비롯해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전시하고 있다.

평거동 794-2번지(055-743-5066)와 상대동 329-1번지(055-758-5066)에는 공영 무료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칠암동 478-9번지(일반용 시간당 4000원)에는 유료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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