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마련 필요 없는 신부들, 큰 혜택인 셈
집 많이 가져 타인 눈물 나게 하면 죄악

1992년도에 신부가 되고 나서 이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따져 보니 14번이었습니다. 30년 차에 14번 이사라면 적은 횟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신부들이 이사를 자주 하는 이유는 '사목지'가 대략 3년에 한 번 정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사목지'가 바뀌어 이사해도 따로 집을 구하는 일은 없습니다. 성당에서 '사제관'을 숙소로 쓰도록 배려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부들은 대부분 자기 개인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 소유 집이 없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마태오 복음 8장 20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 말씀에 따라 하느님 나라를 전하기 위하여 신부들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어디든지, 언제든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준비를 한다는 것입니다. -여우는 그 당시 이스라엘 왕이었던 헤로데이고 새는 식민지배 세력인 로마군을 상징합니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예수님 스타일의 디스입니다.-

신부들이 집을 가지지 않는 것이 '무소유'라고까지 거창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청빈함의 표현 정도는 되겠습니다. 그런데 한편 세속적인 면에서 보면 집 마련하느라 청춘을 바칠 필요가 없으니 큰 혜택입니다.

요즘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총리도 바꾸고 장관도 바꾸고 집권 여당이 분주합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젊은이들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가 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삼포(연애, 결혼, 출산)세대'니 '칠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세대'니 하며 삶의 대부분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절망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중에서도 화산처럼 터진, 가장 큰 반발은 (정보, 돈, 권력을)가진 자들의 그릇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분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어찌 죄가 되겠습니까. 하지만 권력을 이용하여 불법 부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그 정보를 통해서 서민이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이익을 남긴다면 그건 죄가 되는 것입니다.

신부로 살다 보면 세속의 재물에 대하여 둔감한 척, 이윤에 어두운 척해야지 존경받기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신부의 삶이 여물지 않아서 그런지 재물에 대한 유혹에 약합니다. 그래서 남을 나무랄 자격이 없지만, 예수님 말씀에 기대어 한마디 할까 합니다.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중의 하나입니다. 누구든지 자기 집을 가지고 편안히 사는 것이 당연하고, 당연해져야 합니다. 집이란 사람이 살기 위한 도구입니다. 집을 필요 이상으로 가져서 집 없는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다면 죄악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는 그마저도 가지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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