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팔룡양묘장 등에 이식
작업 완료 후 유적 조사 진행
제거 과정서 문화재 훼손 우려
시 "문화재 나오면 공사 중단"

문화재 지정구역에서 시 직영 양묘장을 운영해온 창원시가 경남도 지정문화재 제44호 내동패총에 심겨있는 나무 수만 그루를 뽑아 다른 양묘장으로 옮겨심기로 했다. 창원 성산구 내동에 있는 내동양묘장 식재 수 3만 3500그루 중 2만 2720그루를 삽과 중장비 등으로 뽑아 다른 시 직영 양묘장에 심겠다는 것이다. 시는 "나무를 제거해야 시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문화재 조사 전문기관 자문 결과에 따라 수목 제거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경남도민일보>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시는 문화재 조사 전문기관 동양문물연구원으로부터 시굴조사 전 수목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 지난 3월 19일 현상변경 신청서를 경남도에 제출했다.

신청서엔 '이식 및 시굴조사'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상변경 신청 승인이 나오기 전인 같은 달 26일 도 문화재위원회 소속 위원 4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지 조사가 진행됐고, 그다음 달인 4월 9일엔 도 사적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 위원 5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만장일치 의견으로 현상변경 허가 신청 건에 대한 승인 결정이 나왔다.

위원들은 이 과정에서 "신청안대로 시행하되 잔여 구역은 추가 예산을 확보해 조사를 추진하고, 수목 이식은 수목 전공 문화재위원의 자문을 받아 시행"하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 도에 제출한 '도 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서'를 보면, 시는 문화재 지정구역 1만 7904㎡ 중 전체 면적 44%(7818㎡)에 심어진 남천, 소나무, 이팝나무, 배롱나무 등 조경용 나무 9종 2만 2720그루를 팔룡양묘장 등으로 이식하고, 하반기 중 수목이 옮겨진 구역 중 8%(674㎡)에 대해서만 시굴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 창원시 성산구 내동 내동패총에서 나무를 제거하고 있는 창원시 관계자들.  /최석환 기자
▲ 창원시 성산구 내동 내동패총에서 나무를 제거하고 있는 창원시 관계자들. /최석환 기자
▲ 내동패총 위 나무가 제거된 모습.  /최석환 기자
▲ 내동패총 위 나무가 제거된 모습. /최석환 기자

조사 기간은 60일로 정했으며, 경사도가 심한 산지와 수목이 밀집된 지역은 조사 구역에서 제외했다. 예산 문제로 나무를 제거한 면적 44% 중 조사되지 않은 나머지 구역은 내년에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문화재 조사를 벌이겠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시는 지난달 27~29일 3일간 조사기관 관계자 1명과 시 문화유산육성과 관계자 3명이 참관한 가운데 기간제 공무원 7명을 투입, 삽으로 남천 5600그루를 뽑았다. 이 나무들은 팔룡양묘장으로 옮겨졌고, 남은 1만 7020그루도 같은 장소로 추가 이식될 예정이다.

나무를 뽑아내면 문화재 훼손이 불가피한 데다, 큰 나무일수록 뿌리가 땅속 깊숙이 뻗어있을 가능성이 커 훼손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의 한 학자는 "식물학자들은 나무를 옮기라고 하겠지만 뽑아서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면 문화재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제대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놓고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건 문화재 보존 의지가 없다는 얘기"라고 했다. 또 다른 학자는 "뽑는 양이 많으니까 장비가 들어오게 될 거다"라며 "나무를 뽑는다면 문화재팀이 뽑는 사람에게 제거 방법을 알려주거나, 아니면 문화재팀이 직접 뽑아내고 조사하는 식으로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는 경남도로부터 현상변경 승인을 받아서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나무를 뽑아내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시 문화유산육성과 관계자는 "수목 이식과 시굴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도에 제출해 승인을 받은 사안이다. 2만 그루 가운데 60% 이상이 뿌리가 깊지 않은 남천이고, 지난 3일간 나무를 뽑았는데 문화재 훼손은 없었다"며 "추후 나무를 뽑는 과정에서 유적이 발견되면 공사를 중단하고 문화재청에 보고해 보존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