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들 따라 초4 때 역도 입문해 작년 전국대회서 금·동메달
성실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국가대표 목표 "올해 꼭 우승"

지난달 22일 김해 영운중학교 역도 체육영재교실에 들어서자, 아직 여름이 되기 전이지만 열기가 느껴졌다. 얼얼한 파스 냄새도 코를 찔렀다. 학생 예닐곱 명이 기합을 넣으면서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 중 윗옷을 벗은 다부진 체격의 2학년 윤진명 학생이 인사를 건넸다. 잠시 취재진을 바라보다가 묵묵히 연습을 이어갔다.

◇할수록 재밌다는 역도 = 진명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역도를 시작했다. 10살 차이 나는 쌍둥이 누나 뒤를 따랐다. 누나들은 지금은 역도 선수로 활약하지 않는다.

"사실 처음에는 역도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어려서부터 태권도를 했는데, 하기 싫어서 다른 운동으로 역도를 택했어요. 그때 아버지가 역도를 권하셨어요. 5학년 때 첫 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흥미를 느껴 열심히 하게 됐어요."

기록은 재능을 입증했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 경남종합체육대회 1위, 소년체전 1차 평가 1위를 잇달아 했다. 지난해에는 제47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역도대회에서 인상 1위(77㎏), 용상 1위(105㎏), 합계 1위(182㎏)를 기록했다. 또, 전국춘계남녀역도경기대회에서 인상 3위(76㎏), 용상 3위(80㎏), 합계 3위(156㎏), 제92회 전국남녀역도선수권대회에서 인상 3위(75㎏), 용상 3위(107㎏), 합계 3위(182㎏)를 했다.

"기록이 늘 때마다 흥미를 느껴요. 그래서 지금도 역도가 재밌습니다. 인상 93㎏, 용상 120㎏이 비공식 기록인데요. 기록을 더 늘리는 게 목표예요."

▲ 김해 영운중학교 윤진명 학생이 지난달 22일 역도체육영재교실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며 훈련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해 영운중학교 윤진명 학생이 지난달 22일 역도체육영재교실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며 훈련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중량 늘려가며 거듭된 연습 = 이날 빈 바벨로 시작한 연습은 최대 130㎏까지 중량을 높였다. 용상을 잘하기 위한 연습이 거듭됐다. 거치대 위쪽에 올려둔 바벨을 들어서 목에서 눈 위치까지 끌어올리는 동작이다. 파랑(20㎏), 노랑(15㎏), 초록(10㎏), 검정(5㎏) 원판이 차례로 더해졌다. 학생은 주저함 없이 원판 무게를 늘렸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연습을 쉬지 않았다. 그렇게 연습이 거듭된 탓인지 목에는 선명하게 바벨 봉이 지나간 자국이 남았다.

"윗옷을 입고 바벨을 드니까 옷 재봉선 때문에 목이 한동안 더 아팠어요. 그래서 지금은 윗옷을 벗고 계속 연습하고 있어요. 자세를 잘 잡아서 다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부상 탓에 자세 교정 등에 신경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허리를 다쳐서 물리치료를 계속해왔고, 올해는 운동을 무리하게 해서 무릎에 물이 차 주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상체 운동 위주로 하면서 자세를 더 잘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교를 마치면 매일 역도장에서 쉼 없이 연습하기에 집에 가면 녹초가 돼서 잠을 잔다고 했다.

◇국가대표가 꿈 = 진명 학생은 꿈이 뚜렷하다. 올해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서 역도를 할 수 있는 이웃 영운고등학교로 진학해 좋은 기록을 낸 다음 한국체육대학교에 입학하고자 한다. 그래서 선수권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지난해 허리를 다쳤을 때 힘들었어요. 바벨을 들고 싶은데, 들면 허리가 너무 아파서 연습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한 게 아깝다는 생각도 들긴 했고요. 역도 자체가 아주 재미있고 좋아요."

학생은 역도 국가대표인 원정식 선수를 닮고 싶다고 했다. 73㎏급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를 보면서, 체급이 낮지만 다른 선수보다 월등히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했다.

"저는 용상이 가장 자신있는데요. 대회에 나가면 긴장 안 하려고 해요. 긴장했다가도 경기를 마치면 뿌듯하고 좋아요. 같은 체급 다른 선수를 이기려고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웃음)

▲ 인터뷰하고 있는 윤진명 학생.  /김구연 기자
▲ 인터뷰하고 있는 윤진명 학생. /김구연 기자

◇성실한 선수, 성장 가능성 커 = 학생은 역도 코치와 인연이 깊다. 조혜정 코치는 진명 학생 누나 두 명에 이어 진명 학생까지 가르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 코치는 진명 학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더 모진(?) 훈련을 못 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누나들과 나이 차가 큰 진명 학생을 처음 본 게 4살 때였다고 했다.

조 코치는 "누나들도 소년체전에서 메달을 땄는데, 진명이도 소년체전 메달권 선수다. 노력파여서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칭찬했다. 인상·용상 기술도 큰 차이 없이 다 괜찮은 편이어서 두 종목 다 메달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역도 선수들이 다양한 운동을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감독과 함께 토요일마다 배드민턴, 발야구, 피구, 족구 등도 가르친다고 했다.

◇위트 넘치는 학생 = 진명 학생은 운동뿐만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리더십이 있어서 1학년 때는 반장, 올해는 부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학년 때 담임이었던 윤표근 교사는 "진명 학생은 주변 친구들과 교우관계가 원만해 운동부뿐만 아니라 같은 학년 친구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즐거운 학교생활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특히 위트 있는 말투로 주변에 많은 웃음을 주는 학생"이라고 말했다. 친구들 말에 귀 기울여 민주적인 의사 결정으로 학급이 1년간 무탈하게 운영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역도 연습장을 둘러보니 학생들은 서로서로 힘을 북돋아 주고 있었다. 바벨을 들어 올리는 데 힘이 부족할까 봐 '쭉! 쭉!'이라고 고함을 치기도 하고, '집중', '파이팅'을 외쳤다. 학생들이 자신만 운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옆에서 운동하는 동료도 지켜보면서 서로에게 기운을 내라는 주문을 하는 것이다. 이들 사이에서 이제 막 역도에 입문한 한 학생은 역도 용어를 하나씩 종이에 적어가며 외우면서 상급생들이 하는 동작을 눈여겨봤다.

진명 학생은 "올해 5월, 7월에 역도 대회가 열리는데, 꼭 우승하고 싶다"며 더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99-5191-03(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지난 4월 15일 자 청소년 드림스타 김형준 마산동중 2학년 학생에게 후원금 317만 5250원(BNK경남은행 특별후원금 300만 원, 일반 후원금 17만 5250원)이 들어왔습니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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