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바둑 등 정서함양 교육에도 공 들여
코로나 속에서도 올해 전국대회 성적 우수

김경열 경남체육고 교장은 경남 체육교육의 산증인이다. 교육 현직에 있으면서도 경남도체육회 이사, 도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 등 체육계 요직도 거쳤다.

지난해 9월 체고 교장으로 부임하고 보니 코로나19 여파는 너무 컸다. 학생들을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시키거나 실업팀에 내보내야 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지난해 거의 모든 종목 대회가 취소됐다. 전국대회 입상 실적으로 대학 진학이나 실업팀 입단이 결정되는데 이게 아예 없으니 답답한 지경이었다. 그나마 1~2학년 때 성적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좀 무리를 해서라도 대회에는 출전시키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학생 선수들 대회에도 내보내고 하는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제발 무사하기만 노심초사한다. 특히 올해 고3은 2학년 1년을 코로나로 허송세월한 것처럼 됐다. 올해 열리는 대회에서라도 진학할 성적을 거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훈련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합숙하고 있으니 더 특별히 방역 관리를 하면서도 훈련에 열중할 수 있게 최대한 배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뜻 같지 않다.

"감독하고 코치가 알아서 잘 지도하고 있긴 한데, 상대와 겨뤄봄으로써 현재 자신의 위치도 파악하고 더 훈련할 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데 상대 찾기가 쉽지 않다."

▲ 지난 23일 김경열 경남체육고 교장이 학교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성인 기자
▲ 지난 23일 김경열 경남체육고 교장이 학교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성인 기자

특히 체고에는 유도, 레슬링, 태권도, 복싱같이 대련이 중요한 종목도 많은데 코로나 때문에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코로나 이전에는 창원시청, 경남대와 함께 레슬링 훈련을 많이 하는 등 연계 훈련이 활발했지만, 지금은 어느 팀도 서로가 껄끄러워할 수밖에 없다.

"전지훈련처럼 우리가 가겠다고 해도 받아주질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 학교로 오라고 하기는 부담이 크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제33회 중·고펜싱연맹 회장배에서 에페 단체전 금메달을 비롯해 은 1·동 1개를 획득했다. 이 대회 단체 우승도 차지했다. 복싱협회장배에서도 금 2, 은 1, 동 1을 획득하면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3년 전 선수가 없어 임시 선수를 골키퍼로 세우고도 전국체전 동메달을 따내면서 '우생순' 신화를 써냈던 핸드볼도 올해 전국중고핸드볼선수권에서 동메달을 가져왔다.

춘계역도대회에서도 금 1·은 2·동 7개, 김천수영대회에서는 금 1·은 5·동 1개, 춘계중고육상대회에서 금 1·동 2, 회장기 레슬링대회에서는 은 1·동 4개를 거뒀다.

김 교장은 부임 후 체육 선수인 학생 특성을 반영한 방과후 교육과 정서함양에도 많은 공을 쏟고 있다. 지난 23일 인터뷰 당시에도 방과후 교실 운영 관련 협의를 하고자 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했다.

김 교장은 "아이들이 여기서 24시간 먹고 자고 하면서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한다"며 "바둑은 배워두면 나중에 노인이 돼서도 자녀 손주와 함께 두면서 대화도 하고 소통도 되는 데다, 당장 머리를 써야 하기에 몸을 주로 쓰는 아이들에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가는, 아이들이 전문 운동하다 보면 근육이 경직돼 있기도 한다. 요가를 통해 부드럽게 유연성 있게 풀어주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독서교육도 신경을 쓴다는 김 교장은 '운동만' 하는 선수가 아니라 몸과 정신이 함께 성숙하도록 하겠다는 평소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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