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불법촬영 교사 항소심서 성범죄 관대하게 읽히는 발언…여성단체 지적

김해 불법촬영 교사가 형량이 무겁다며 제기한 항소심 판결 과정에서 재판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신이 근무하던 고등학교 여자화장실과 샤워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성폭력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전직 교사 ㄱ(47)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형이 유지됐다.

창원지방법원 형사1부(최복규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오전 9시 40분 열린 선고공판에서 ㄱ 씨와 검사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최복규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17년 동안 교사로 근무해 왔고, 이 사건 범죄 이전에는 음주운전으로 2회 벌금형 처벌을 받은 외에는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으며 성실히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도 육신을 가진 인간으로서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고, 성적인 욕구 끌림을 제어하지 못해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은 교육자로서 품성과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학생에게 학습윤리를 지도하고자 노력해야 함에도 '지키고 보호해야 할' 나이 어린 학생들과 동료 교사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용서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여성단체 모니터링단은 가해자를 이해하는 듯한 재판부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판결문에 마치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표현을 명시한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경옥 창원여성살림공동체 대표는 "이번 재판부 판결은 가해자가 교사라는 점을 강조해 사회적 책임이 무거운 사람만 죄가 무겁고,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은 '그럴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며 "17년 동안 교사 생활을 성실히 해왔다는 대목에서는 재판부의 안타까움이 느껴져 법정에 앉아 방청을 하면서도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최근 조금이나마 성범죄 형량이 높아진 것은 재판부가 여론을 의식한 것일 뿐,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판결 내용을 피해자 대응모임과 공유하고 앞으로 대응 방향을 의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판결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내 한 변호사는 "불법촬영 범죄를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한 상황에서 표현에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여지가 있었다고 본다"면서 "피고인과 검사 측이 제기한 양형부당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 양측에 1심 판단이 합리적이었다는 점을 설명하려는 의도였다 하더라도 판결 내용에 더 신중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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