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원인 사람마다 천차만별
예후 살피며 약 줄여갈 순 있어
당뇨 약 복용·식습관 개선 필수
유산소·하지 근력 운동 효과적
통풍, 약 복용 계속해야 효과
뇌경색, 항혈소판제 평생 복용

주변에 고혈압약을 먹는 사람이 제법 많다. 물려받은 탓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달고 짜고 매운 음식에 길든 식습관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두 달에 한 번 꼭 병원을 드나든다. 어떤 때엔 병원 가는 게 귀찮아 이 약을 계속 먹어야 하나?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지인들과 모임 중에 이 이야기가 나오면 "고혈압 그거? 식습관 조절하고 운동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사람이 있고 "무슨 소리냐? 고혈압약은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하는 거다"며 함부로 딴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맞는 것 같다. 어디 고혈압뿐이랴, 당뇨병도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하고 폐섬유화증도 뇌졸중도 통풍도 그렇단다. 물론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 어느 게 진실이고 어느 게 거짓일까.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강수민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인들 고혈압이 많아 그런지 고혈압약에 관한 설왕설래가 많더군요.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 때문에 약 먹기 시작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고혈압약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잘 아시겠지만, 고혈압약을 먹는다는 것은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려는 거죠.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면 잘 보이지만 벗으면 잘 안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약을 먹는 동안에는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지만 약을 끊으면 다시 올라간다는 거죠. 혈압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합병증 우려가 크죠. 뇌졸중, 심장 질환, 심부전, 심근경색, 만성 콩팥병 같은 합병증 우려 때문에 반드시 약을 드셔야 합니다. 또 나이가 들수록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므로 기본 혈압이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혈압약을 먹지 않고 정상혈압을 유지한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정상혈압을 유지할 수는 있습니다."

-생활습관을 개선했을 때 약을 먹지 않고 혈압이 정상 수치인지 확인이 돼야 하는데, 약을 끊을 수 없으니 평생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끊고자 하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요.

"당연히 의사와 의논해서 끊어야 해요. 혈압이 120에 80 미만으로 석 달 정도는 유지되어야 혈압약을 줄이든지 끊어 볼 수가 있습니다. 끊는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기저질환에 따라 다른데, 예를 들어서 이차성 고혈압이 있다든지 신장 질환 등이 있는 상황에서는 끊으면 안 되죠. 또 단백뇨가 있으면 혈압이 높지 않아도 혈압약을 드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지 혈압만 보고 끊으면 안 됩니다."

-만약 끊었다면 고혈압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이 뒤따라야 할 텐데 어떤 사후관리가 필요할까요?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은 병원을 가야 합니다. 경과관찰을 해야 합니다. 재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 강수민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병리과 과장.  /정현수 기자
▲ 강수민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병리과 과장. /정현수 기자

-당뇨도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 거죠?

"혈당이 높은 것을 당뇨라고 하는데 기본적인 원인은 인슐린 저항성이 올라가 있는 것입니다. 처음 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좋은데, 생활습관도 개선하지 않고 약도 먹지 않고 혈당 조절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5년 정도가 지나면 급격히 안 좋아집니다. 왜냐하면, 혈당이 높은 상태에서 췌장은 인슐린을 계속 분비하는데, 그렇게 되면 인슐린 분비 세포가 지쳐 버리게 되죠. 기능부전이 되어 버리면 인슐린 분비가 멈춰버립니다. 마치 2형 당뇨가 1형 당뇨로 되는 것처럼요. 이렇게 되면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으면 안 되죠. 다행히 당뇨는 메트포르민이라는 약이 있는데요, 이 약은 먹었을 때 인슐린 저항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당뇨 자체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뇨약을 끊을 방법은 있습니까?

"초반에 치료를 잘 하면 췌장이 복구할 시간을 주는 거죠. 당뇨는 음식에서 오는 병입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잖아요?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거든요. 탄수화물을 계속 많이 먹게 되면 인슐린이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게 당뇨입니다. 그래서 음식 조절이 첫째입니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식이섬유를 높이는 게 좋습니다. 술은 췌장의 기능을 떨어뜨리니 말할 것도 없고요. 둘째는 체중을 줄여야 합니다. 뱃살이 인슐린 저항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입니다. 초기에 진단받으면 10% 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체중을 줄여 당뇨를 낮췄더라도 다시 살이 찌면 돌아갑니다. 운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유산소 운동과 하지 근력 운동으로 허벅지 근력을 키우면 혈당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운동하시는 게 좋겠죠."

-뇌경색의 경우 한 번 수술한 사람은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맞습니까?

"뇌경색이 한번 오신 분은 평생 약을 드시는 게 원칙입니다. 뇌경색은 재발이 잦은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뇌경색약은 항혈소판제입니다. 혈액의 응고를 막는 거죠. 그래서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합니다. 항혈소판제는 피를 연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출혈이 있을 때 피가 잘 멎지 않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런 분은 조심하셔야겠지요."

-폐섬유화증은 한 번 생기면 회복하는 병이 아니어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맞기도 한 것 같은데, 그런가요?

"폐섬유화증은 원인이 다양합니다. 원인을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고요. 분진이나 흡연, 석면이나 심지어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루푸스 같은 자가 질환이 있을 때도 섬유화 원인이 되고요, 감염병이 있을 때도 섬유화증의 원인이 되는데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섬유화가 일어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약은 폐의 염증과 섬유화를 줄이면서 폐 기능을 돕는 거죠. 이런 약은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어 장기 복용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이외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B형 간염일 경우 활동성으로 바뀌었을 때 치료제를 드시는 경우에는 평생 드셔야 합니다. B형 간염의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가 간암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죠. C형 간염이면 석 달만 치료하면 완치가 돼요. B형일 때 활동성이다가 비활동성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바이러스가 죽은 게 아니라 억제된 것이기 때문에 약을 끊으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고지혈증이 심한 분은 약을 드시는데요, 나쁜 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를 놔두면 혈관 안에서 동맥경화를 일으킵니다. 혈관이 좁아져도 다 막힐 때까지 자각 증상이 없어 끊으면 안 되는 약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으신 분은 고지혈증약을 같이 드시는 게 좋고요. 한국인들은 고지혈증약을 아주 약하게 먹어도 조절이 잘됩니다. "

-통풍은 어떤가요?

"통풍도 약을 계속 드셔야 합니다. 통풍이 두 번 오신 분들은 평생 요산을 떨어뜨리는 약을 드시라고 해요. 요산 수치가 7 이상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혈액 속에 녹지 않고 결정체를 만듭니다. 요산 결정은 가시처럼 날카롭게 생겼어요. 이게 콩팥 쪽으로 가서 통증을 일으키게 하지요.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이 커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다 불편한 건 아니고요,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면 약을 드셔야 하겠죠. 이 약도 전립선을 치료한다기보다는 배뇨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라 먹지 않으면 다시 증상이 나빠집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일 경우 수술하고 나면 평생 드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수술 후엔 갑상선이 없지 않습니까? 반절제일 경우에는 조금 다르지만, 전절제하면 갑상선이 없으므로 우리 몸이 갑상선을 분비하는 만큼 밖에서 넣어 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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