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로 안전속도 하향 빨리 정착되길
'차 조심해'라는 말 필요 없는 세상으로

"항상 차 조심해라!" "운전 조심히 하고 천천히 온나!"

어릴 적부터 들어왔고, 나도 종종 가족에게 하는 얘기다. 다행히 아직 가족 중에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 교통사고로 가족이 사망하거나 부상하면, 한 사람을 넘어 가정이 통째로 파괴된다. 가해자도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다. 상상조차 하기 싫다.

'사람이 먼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다. '사람중심 교통정책'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도로교통법은 보행자가 건널목을 통행하고 있을 때 자동차는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보행자가 신호에 맞춰 건널목을 건너는데도 그것조차 기다려주지 않고 차를 '슬금슬금' 움직이면서 빨리 건너라고 재촉한다. 도로가 자가용 운전자들만의 것인가. 자전거가 도로로 조금 나와서 달리면 경적을 울리며 욕을 해대는 운전자도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것들이 모인 결과는 어떤가. 지난해 경찰청이 집계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3081명이었다. 이 가운데 1093명이 보행 사망자다.

17일부터 전국적으로 '안전속도 5030'이 전면 시행됐다. 제한속도가 일반도로는 50㎞/h, 어린이 보호구역 및 이면도로는 30㎞/h 이하로 조정됐다.

시속 10㎞의 하향으로 보행자가 크게 다칠 가능성은 작아지고, 운전자도 급브레이크를 잡을 필요가 없으며, 방어운전도 가능해지는 매우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요 며칠 창원에서 택시는 말할 것도 없고, 시내버스도 안전속도 5030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과연 몇 대나 제한 속도를 지킬까, 의구심마저 들었다.

물론 기존 속도에 익숙한 운전자는 갑갑할 것이고, 늘어난 이동시간을 고려해 움직여야 하는 점도 짜증 날 것이다. 하지만, 이 땅의 운전자 대다수는 보행자 안전을 별로 고려해 주지 않았고, 자전거를 무슨 도로의 적인 양 밀어내며 도로를 마음껏 누려오지 않았나. 보행자들이, 자전거족들이 얼마나 더 양보를 해야 하는가. 시속 50㎞로 달려도 걷는 것보다 10배 이상 빠르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하루빨리 안전속도 5030이 뿌리내려야 한다. 그리하여 '사람보다 자동차 우선'의 교통문화가 아닌 '차가 사람을 조심'하는 문화로 바뀌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단지 적응이 안 된 운전자들의 갑갑함에 밀려 좋은 교통정책이 '유명무실'해지는 그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계도기간이라고는 하지만 경찰과 행정당국은 느슨하게 대응하지 말고 단속과 교육 강화 등으로 분위기를 다잡아 나가야 한다고 본다.

사람이 차를 조심하는 '이상한 사회', '차 조심해'라는 말이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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