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법 탓 사업주는 면책 고민만
온전한 권리 찾기 투쟁 이어가야

2020년, 우리는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의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2021년 1월 8일, 마침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었지만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 돌입하고 공동문자 행동 등 다양한 전술로 국회를 압박함에도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관철하지 못했다.

통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의 80% 이상이 중소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즉,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절실한 곳이 바로 중소사업장의 노동자임에도 제정된 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 3년 유예,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의 적용을 제외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2022년부터 법이 시행되는 대기업은 빠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질적인 안전보건제도 강화의 설계가 아닌, 면책용으로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자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실정이다.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한국 사회에서 반쪽짜리 법 제정은 여전히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하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것이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기 위한 책임은 정부와 사업주에게 있다. 이는 오래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규정해 왔지만, 실제 노동현장에서 법은 문서로만 존재해 왔다. 만약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거나 사고 발생 시 관리자가 아닌 119에 신고할 경우, 그 노동자는 괴롭힘에 못 이겨 회사를 떠나야 하거나 블랙리스트에 등록돼 직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극단적인 사례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게 되면 겪는 수순이다. 정부는 이처럼 불합리한 일들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말로만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외쳐온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배경에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서라도 사업주가 최소한의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하도록 강제함에 있다. 그러나 현장의 관심과 목소리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법도 실효성을 담보 받지 못하며, 되레 사측의 면책용으로 둔갑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 왔다. 따라서 최소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노안전담자가 선임될 수 있어야 하며,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강화로 현장 곳곳에서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절실하다. 실제 정부는 딱 현장이 요구한 만큼만 마지못해 떠밀리듯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쉼 없이 울리는 코로나19 문자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해마다 2400여 명의 노동자가 반복되는 노동재해에 죽임을 당해도, 노동자의 직업병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산재인정에 수십 개월이 걸려도, 그동안 노동자의 아픔은 재난이 아니었음에 화가 난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지도·감독을 비교하며, 그동안 우리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묵살당해 왔음을 증명하고 있기에 더욱 분노를 느낀다.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쟁취하기 위해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현장 곳곳에서 잠들어 있는 권리를 되찾는 활동이 병행될 때만이 비로소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일하다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현장의 노안활동 강화에 중요성을 느끼며, 나부터 초심으로 돌아가 익숙함에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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