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자기 방어권 보장 취지
진술 녹음해 증거로 활용 가능
경찰 "외부 심사자 투입 고민"

경찰 수사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도입한 '수사관 기피 신청'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경찰이 수사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이러한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창원시에 사는 50대 ㄱ 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피소됐다. 지난 1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고소인으로부터 "수사관이 내 친구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ㄱ 씨는 고소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경찰이 절차에 따라 수사할 것으로 믿고 지난 7일 1차 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ㄱ 씨는 예상과 다른 수사관 반응에 며칠 전 고소인 말을 떠올렸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권위적인 말투로 윽박질렀다"며 "변론서에 있는 내용은 알려 하지 않고 오히려 고소인에게 1억 원을 입금하라고 종용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ㄱ 씨는 수사관 기피 신청을 했으나 지난 16일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다. 그는 "수사관의 강압적 태도를 보니 약자들은 경찰이 이끄는 대로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조사 상황을 일일이 녹음할 수도 없는데, 당사자에게 증거를 내놓고 입증하라고 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관계인이 수사관 태도에 불만이 있거나 공정성이 의심되면 담당 수사관 교체를 요청할 수 있는 '수사관 기피 신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도내 기피 신청 건수는 모두 140건으로, 최근 3년 동안 증가 세를 보였다. 기피 신청 사유로는 공정성 의심이 76.4%(107건)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수사미진 2.1%(3건), 수사태도 불만 1.4%(2건) 등 순이었다.

경찰이 수사관 기피 신청을 접수하고 받아들이면 즉시 수사관이 교체된다. 만일 받아들이지 않으면 청문감사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정수사위원회가 열려 교체 여부를 최종 심사한다. 경남경찰청 수사관 기피 신청 수용률은 지난해 85.7%로 전국(평균 70%)에서도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경남경찰청 공정수사위원 5명이 모두 현직 경찰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해 여지가 있다. 게다가 일반 시민이 수사관 기피 신청을 한다 해도 조사실에서 이뤄지는 일을 객관적·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은 ㄱ 씨와 같은 사례를 막고자 '진술 녹음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건 관계인이 조사를 받기 전 진술 녹음을 요청해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자기변호노트제도 시행 중이다. 이는 사건 관계인이 조사받는 내용을 기록해 조사 과정 이해도를 높이고, 나중에 자신을 변호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무작위 배당 시스템 △범죄첩보 본인배당 개선 △의무적 영상녹화 확대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등도 수사 공정성을 높이고자 마련한 제도다.

조상윤 경남경찰청 수사1계장은 "수사관 잘잘못을 떠나 민원인이 조사 과정의 공정성을 의심한다면 수사를 이어간다고 해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불만 사항을 들어주자는 분위기"라며 "위원회를 구성할 때 외부 위원을 넣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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