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높은 의존 벗어나려 경남형 에너지 전환 정책 마련
태양광 등 비중 확대 계획에도 발전설비 규모·발전량 저조
타 지자체 의지 더 앞서 '대조'...정책·투자 적극적 추진 필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50년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을 위해 2040년 이전에 석탄발전소를 0개로 만들어야 한다는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대표과제'를 제시했다. 반면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2010년 대비 최소 절반 수준의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 △2030년 이내 탈석탄 계획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는 22일(지구의 날) 세계 40여 개 나라가 참여할 기후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들은 "현재 정부의 계획대로 2054년까지 석탄발전소를 가동할 것이 아니라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 위한 목표와 전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석탄발전 폐쇄 절차를 마련했지만, 올해 준공되는 고성하이 1·2호기를 포함한 신규 석탄발전소 7기 처리 방안 등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경남도의 탈석탄 계획도 불분명하다. 도정에서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 과감한 실행이 없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 지난해 6월 5일 경남도는 25회 환경의 날 기념행사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했다. /경남도
▲ 지난해 6월 5일 경남도는 25회 환경의 날 기념행사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했다. /경남도

◇석탄발전 '퇴출' 대세 =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석탄발전은 퇴출 대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에너지수요 전망(2020~2040년)을 전한 바 있다. IEA는 "석탄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2040년 에너지믹스(Energy Mix·에너지원을 다양화한다는 뜻) 비중이 20% 미만까지 감소하고, 석유는 수요 증가의 시대가 10년 안에 막을 내릴 전망이며, 가스는 단기적으로는 전망이 밝으나 정책적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고, 그중 태양광이 가장 떠오르는 에너지원이 되리라고 전망했다. 특히 IEA는 "'지속가능개발' 시나리오에서는 청정에너지 기술 확대와 기존 탄소집약적 자산의 운영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며 "석탄화력발전소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절반 감축을 위해 개조, 용도 변경 또는 폐기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 9월 'KEA 에너지 이슈 브리핑'에서 주요국 석탄발전 현황과 전망을 분석했다. 이 내용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에는 세계적으로 석탄화력 발전설비 18.3GW가 증설되고 21.2GW가 폐쇄돼 역대 처음으로 석탄화력 설비 용량이 2.9GW 감소했다. 미국은 2019년 연간 에너지 소비 통계에서 재생에너지 소비가 1885년 이래 처음으로 석탄 소비를 역전했다. 일본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약 100기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 중단하거나 아예 없애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2019년 석탄발전 설비 20GW를 퇴출해 감축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지난해 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낸 '해외환경정책동향'을 보면 유럽연합(EU)의 탈석탄 정책은 1995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추진돼왔다. 2016년 기준 EU 28개국에서 320개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었는데, 이미 143개 발전소 폐쇄를 선언했으며 로드맵을 작성해 나머지 폐쇄 계획도 발표한다.

◇더딘 재생에너지 확대 = 김경수 지사는 2019년 11월 월간전략회의에서 '경남형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분산형 전원시스템 구축 △전기료 증가 부담 연착륙이라는 3대 원칙도 제시했다.

지난해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에 김 지사는 경남도 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했다. 이때도 △재생에너지 확대 △스마트그린산업단지로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개편 △도로·항만 저탄소 구조와 에너지절약형 주택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올해는 아예 도지사 중점과제로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꺼내 들었다. 역시 △기업의 탄소 배출량 감소 등을 위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60% 감축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스마트 그린산단 확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선언 기업 지원 확대가 실천 과제로 나왔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벗어나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지만, 현실은 정체돼 있다. 한국전력공사 2021년 2월 전력통계월보를 보면 경남의 유연탄 발전설비 규모는 7240㎿, 발전량은 3018GWh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태양광 발전설비 규모는 1034㎿, 발전량은 109GWh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는 경남도의 계획이 있지만, 타 지자체보다 앞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17개 광역지자체의 지역에너지계획을 확정했다. 지역에너지계획은 에너지법에 따라 광역지자체가 5년마다 5년 이상을 계획기간으로 세워야 한다. 17개 지자체는 지역에너지계획에서 2025년 최종에너지 소비 감축 규모와 재생에너지·분산전원 발전 비중 목표를 제시했다.

▲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가 지난 15~16일 국회의사당 등을 찾아 캐릭터 '기리니'(기후 재난으로 2045년 미래에 태어난 돌연변이 기린)와 함께 캠페인을 펼쳤다.    /석탄을 넘어서
▲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가 지난 15~16일 국회의사당 등을 찾아 캐릭터 '기리니'(기후 재난으로 2045년 미래에 태어난 돌연변이 기린)와 함께 캠페인을 펼쳤다. /석탄을 넘어서

경남도는 2025년 기준수요 대비 최종에너지 소비 9.3% 감축을 제시했다. 이는 전국 평균 감축 규모(8.7%)를 웃돌지만 대구(20.0%), 서울(19.6%) 등에는 한참 못 미친다. 또 도가 제시한 202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9%인데, 전국 평균(15.1%)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북(49.4%), 전남(39.1%), 경북(28.7%) 등은 경남보다 3~5배가량 높은 목표를 세웠다. 경남은 2025년 분산전원 발전 비중 역시 18.3%로 제시했는데, 전국 평균(22%)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한편 각 지자체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육성 방안도 마련했는데, 경남은 풍력·가스터빈 생태계 육성, 수소 생산기지와 액화·저장 플랜트 구축이다. 지난달 24일 경남도는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여기서 나온 2040년 수소사회 밑그림을 보면 석탄화력발전소는 수소터빈발전으로 전환된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한발 더 나아가는 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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