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쌍용차 법정관리
완성차 가동 중단에 연쇄 타격
"시장 다변화 등 대응 나서야"

경남지역 자동차 부품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생산 일시중단(셧다운)이 이어져 부품을 납품하는 도내 기업들은 생산량을 줄이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19일부터 23일까지 부평1공장과 2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12∼13일 이틀간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19∼20일도 휴업에 들어간다.

쌍용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8∼16일 평택공장의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협력업체가 납품을 거부하면서 23일까지 공장 문을 닫게 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산업동향을 보면 3월 국내 자동차 생산은 차량용 반도체 등 일부 부품공급 차질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감소한 33만 3848대로 집계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생산 차질은 고스란히 경남지역 협력업체로 이어지고 있다.

김해에서 자동차 내장부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일부 부품을 납품했는데 공장이 멈춘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산량을 일부 줄였다"며 "다음 주 예정했던 잔업을 일부 취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창원의 한 기업 관계자도 "완성차 업체의 휴업 일수가 길지 않아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아무래도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라며 "이번 반도체 대란이 단기간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감산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은 자동차산업연합회가 최근 진행한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합회가 53개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업체의 48.1%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생산을 감축 중이라고 답했다.

악재는 또 있다. 쌍용차가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쌍용차 엔진을 생산하는 창원공장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쌍용차 창원공장에는 기술직을 포함해 550명이 근무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삼송, 지엠비코리아, 셰플러코리아 등 70~80개에 이른다.

쌍용차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생산계획을 줄이면서 현재까진 큰 타격은 없다. 가동 중단 현장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자동차산업 전반에 타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경남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높아 도내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남에는 한국지엠 창원공장과 엔진을 생산하는 쌍용차 창원공장 등 완성차 공장과 더불어 협력업체가 많이 포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경남의 자동차부품 1차 협력업체 수는 118개 사로 전국 비중이 14.3%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 납품 비중을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의 대표 중견기업인 센트랄이 모범사례다. 센트랄은 국내 완성차 업체 의존도를 줄이고자 수출시장 다변화로 공급사슬에서 자유로워졌다"면서 "기업 스스로 완성차 업체가 제공하는 도면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신제품을 개발하고 이들 제품을 통해 글로벌기업에 납품하는 기술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원상공회의소 관계자도 "자동차산업의 흐름 변화와 국내외 완성차 수요 둔화 등으로 창원 자동차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자동차 기타부품(기어박스 부품, 공조기, 조향장치 등) 제조업이 밀집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협업을 통한 모듈화로 부가가치와 마케팅 극대화를 꾀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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