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부산국토청 비판
"현장관리자 서식 자체 몰라"
소음 공해·자갈밭 소실 우려

"공사현장에서 굉음을 내는 중장비와 맞서 흰목물떼새 여러 마리가 날갯짓을 하며 애처롭게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아마 산란기를 맞아 둥지를 지키는 어미새인 듯 보였습니다."

공사가 한창인 거창군 남상면 '황강 남상 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현장을 답사한 환경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거창지역 환경단체인 푸른산내들은 14일 거창군 남하면 무릉교 재가설 정비사업과 관련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 서식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황강 남상 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현장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원 내)가 날고 있다. /푸른산내들
▲ '황강 남상 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현장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원 내)가 날고 있다. /푸른산내들

공사 지역인 황강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달과 흰목물떼새·삵 등의 서식지다. 자연생태도 2·3등급 지역으로 주변의 수변 공원인 거창창포원·양항제 생태공원 등과 함께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진 곳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7월부터 황강 일대에서 홍수 피해를 막고자 하천 폭을 넓히고 기존 무릉교를 재가설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푸른산내들 이순정 대표는 "공사 현장과 바로 붙은 자갈밭은 흰목물떼새의 서식지로, 흰목물떼새가 지금도 활동하는 것을 목격했다"라며 "멸종위기종에 대한 대책 없이 공사를 강행해 서식지 훼손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 황강 남상 지구 정비사업지 일대 전경. /푸른산내들
▲ 황강 남상 지구 정비사업지 일대 전경. /푸른산내들

특히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 멸종위기종 서식을 파악해 저감 대책으로 저소음 저진동 공법을 채택해 진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라며 "현장을 관리 감독해야 할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담당 공무원과 현장 소장은 흰목물떼새의 서식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간섭으로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며 "공사를 중단하고 뒤늦게라도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식지를 빼앗길 처지에 놓인 흰목물떼새는 우리나라에서 국지적으로 번식하는 보기 드문 텃새다. 원래 우수리 지방을 비롯해 중국 동북부·한국·일본에서 번식하고, 중국 남부·라오스·베트남·인도 북부에서 월동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하천 자갈밭이나 논, 산지의 물가, 하구의 삼각주, 해안 모래밭 등에서 번식한다. 비슷한 종으로 꼬마물떼새가 있는데 흰목물떼새는 크기가 크며, 부리는 가늘고 길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전체 개체수는 1000~2만 5000개체로 추정되며, 하천 모래밭과 자갈밭을 훼손하는 준설공사 등으로 서식지가 감소하고 있다.

흰목물떼새 서식지 훼손 지적에 대해 시공업체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공사 감리를 맡은 ㈜도하엔지니어링 류영언 전무는 "공사 전 지역 환경단체와 협의를 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법을 위반하거나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 따른 환경보호 대책을 어긴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환경단체와 의견을 조율해 저소음 공사와 담장 설치 등 흰목물떼새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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