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밀양송전탑대책위 피해조사 요구 끝내 불수용

오는 6월 11일이면 밀양 765㎸ 송전탑 행정대집행 7년이 되는 가운데,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이하 밀양대책위)가 줄곧 요구해온 '송전선로 공사로 말미암은 공동체 파괴 진상조사' 요구에 정부가 응하지 않고 있다.

2013년 밀양송전탑 건설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고 유한숙(당시 74세) 씨의 부인과 장남이 최근 잇달아 사망하는 등 공동체 파괴 현상이 지금까지도 계속되는데도 정부가 마땅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밀양대책위는 지난 1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달 22일 밀양과 청도대책위·산업통상자원부가 '송전선로 제도개선위원회' 추진을 위한 3차 회의를 했지만, 대책위가 요구해온 송전선로 공사에 따른 공동체 파괴 진상조사는 끝내 수용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의 회의 진행은 의미가 없다"라고 선언했다.

이 입장문에는 '밀양대책위가 정부조사단 추진에 응한 이유는 한 가지이다. 송전탑 건설 과정부터 지금까지 한국전력이 저지른 공동체 파괴 행위를 조사하고, 책임자 처벌과 한전과 정부의 사과를 받는 것이다. 지난달 회의에서 산업부는 ①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한 해외사례와 국내외 철도·도로 등 국책 선형사업 건설제도 현황, 국내 송전선로 건설 관련 법령 및 제도 현황 조사 ②밀양과 청도의 갈등이 심화된 마을 주민 구술 조사를 통해 심리치유·마을화합 프로그램 운영을 제시했지만, 공동체 파괴 조사는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수희 밀양대책위 정책간사는 "지금 밀양 주민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 파괴 조사"라며 "공사는 끝났지만 한국전력과 정부의 이간질로 주민들은 지금도 갈가리 찢어져 고통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진상조사를 하고 진정 어린 사과만 한다면 주민들은 얼마든지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곪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 간사는 공동체 파괴 조사의 의미에 대해 "이는 밀양과 청도 송전탑 피해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도 한국전력은 신울진핵발전소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이어지는 송전탑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주민은 분열돼 있다"면서 "정부가 그간의 밀양·청도 공동체 파괴 사례를 조사하면 제2, 제3의 밀양송전탑 사태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밀양대책위는 "지금도 한전과 합의하지 않으며 싸우고 있는 주민이 110가구에 이른다"며 "16년간 제대로 된 진상조사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생존권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마을공동체의 분열을 겪으며 남은 생애를 보내야 하는 주민의 고통을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분산에너지과 담당자는 14일 중에 몇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연락을 했지만 끝내 회신하지 않았다.

정부와 밀양·청도 대책위가 참여한 '송전선로 제도개선위'는 2019년 7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 이후 추진됐다.

당시 경찰청은 이례적으로 밀양과 청도 송전탑 건설과정의 주민들 재산·정신·신체적 피해 실태를 조사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고, 2020년 8월부터 지난 3월 22일까지 세 차례 회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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